김재현이 선고받은 징역 40년의 형은 사기범들이 받은 형량 중 최고의 형량이다. ‘희대의 사기꾼’으로 불리는 조희팔의 핵심 공범 강태용에 대한 형은 징역 22년, 1조원대 다단계 사기 집단 IDS홀딩스 전 대표 김성훈에 대한 형은 징역 15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전 대표 이철에 대한 형은 징역 14년 6개월이었다. 죄질에 비해 형량이 너무나 낮았다.
라임자산운용 사건,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건,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사건과 같이 1조원이 넘는 피해를 낳는 금융사기 사건이 빈발하다 보니 재판부에서도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김재현에게 중형을 선고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빈발하는 금융사기의 피해와 규모는 과거 조희팔 사기 사건을 능가한다. 대규모화·지능화하는 금융사기 근절을 위한 제안을 해본다.
①검·경 합동수사본부 설치가 필요하다 = 대규모 금융사기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합동 수사가 필요하다. 검찰은 인력이 제한적이라 피해자가 만명 단위로 나오는 금융사기 사건을 꼼꼼히 수사하기 어렵다. 검찰은 인력이 많은 경찰과 협력해 피해자 조사 등을 면밀하게 해야 한다. 검찰은 은닉 재산 확인이나 정관계 로비, 금융범죄 수법 등 좀 더 전문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②금융 범죄에 대한 형량을 상향해야 한다 = 형량이 국민 정서와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어서 범죄 예방 효과가 없다. IDS홀딩스 김성훈 전 대표는 1조원 이상의 피해액에도 징역 15년의 형을 선고받았고, VIK 전 대표 이철은 7000여억원 규모의 금융 범죄를 저지르고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미국의 경우 4억5000만 달러(약 5400억) 규모의 사기 행각을 벌인 뉴욕 사업가에 대해 징역 845년의 형을 선고했다. 650억 달러(약 78조1300억원) 규모의 폰지(다단계) 사기를 저질러 ‘미국의 조희팔’로 불리우는 버나드 메이도프에 대해서는 징역 150년이 선고됐다. 주범에 대한 형량이 낮으면 모집책의 형량은 더 낮아지므로, 형량을 상향해 말단 모집책도 엄벌에 처해야 한다.
④전관예우 폐단 방지책이 필요하다 = IDS홀딩스, VIK의 범인들은 대형 로펌 소속의 전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 대법관 출신 변호사를 선임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파동 촛불 집회 재판 개입 논란의 당사자인 신영철 전 대법관은 IDS홀딩스 상위 모집책 등의 변호를 담당하기도 했다. 전관 변호사에 지급하는 수임료는 수억원에 달한다. 그래서 법원과 검찰의 인맥을 동원해 로비를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동기가 크다. 수임료 대부분의 출처는 범죄수익이므로 수임료에 대해 장물취득죄 혹은 범죄수익은닉죄의 성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방식으로 전관예우의 폐단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
로담(Law談) 칼럼 : 이민석의 금융사기 추적
IDS홀딩스, MBI,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라임, 옵티머스 등 최근 터져나온 대형 금융사기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런 사기에 넘어가지 않는 예방법을 제시합니다.
※이민석 이민석법률사무소 변호사. 부산지검 동부지청 검사/민족문제연구소 고문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