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후견주의의 결과물…강제적 셧다운제
그렇다고 하여 게임에 대한 규제를 ‘이대남(20대 남성)’에 대한 갈라치기로 볼 것은 아니다. 게임에 대한 주된 이용 계층이 10대와 20대라면 게임에 대한 규제를 원하고 실제로 규제를 하는 쪽은 그들의 보호자 격에 해당하거나, 게임을 실제로 하지 않거나, 해본 경험이 적은 연령층 대이다. 차박(차+숙박)과 여행, 건강에 관심이 많은 연령대가 있다면 그 대신에 게임을 즐기는 연령대도 분명히 있다.
이 계층들이 분리돼 있음으로 인해 정부가 부모를 대신해 게임에 대한 후견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 결과물의 대표적인 것이 제정된 지 10년 만에 폐지된 강제적 셧다운 제도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강제적 셧다운 제도는 폐지됐지만, 선택적 셧다운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분류 논쟁
온라인 게임도 그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분류 코드 등재 여부라는 이름으로 논의되는 이 이슈는 게임에 중독됨으로 인해 뭔가 생활에 장애가 온 경우에 이를 ‘게임 이용 장애’라는 질병으로 분류하고 그에 대해 의학적 치료를 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질병코드를 분류하고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여 마련된 것을 국제 질병 분류(ICD)라고 하는데, 정기적으로 그 판올림을 거듭해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ICD-11(11판)이다. 이 버전에서는 행위 중독의 일 유형으로 기존에 있던 도박 중독 이외에 게임 이용 장애를 규정하고자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여기서부터 논란은 시작됐다. 과연 게임 이용 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될 만한 것인가, 즉 질병으로 분류돼야 할 만큼 그 문제가 있다는 점이 입증됐는가, 게임 이용 장애라고 추단됐던 여러 사례가 과연 게임의 이용을 주된 이유로 하여 발생한 것이라는 인과 관계가 확인됐는가 등의 사정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결국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코드를 국내에 도입할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정부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통계청,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코드 등재가 정부의 일인만큼 이에 임하는 대선 후보들의 입장도 유의미하다. 게임 분야와 관련된 여러 정책적 쟁점에 대해 각 대선 후보들이 내걸고 있는 공약이나 입장은 다소간에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서는 여당 후보나 유력 야당 후보들의 공약이 모두 동일하게 질병 코드 도입을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다른 분야의 중요한 쟁점들이 많이 있고 대선 후보들이 게임 분야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를 가지고 있는지도 명확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적어도 게임의 이용이 질병으로 분류됨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대와 게임 분야에 대한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과도한 규제에 따른 사상·표현의 위축)’에 대해서는 모든 주요 후보들이 다 공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 대한 애정 있는 정책이 집행되기를
Law談 칼럼 : 강태욱의 이(理)로운 디지털세상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 다변화에 따라 복잡화해지고 고도화되는 법 규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법률 전문가가 바라보는 참신하고 다각적인 시선을 따라가 보시죠.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자문변호사/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저작권보호원 심의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