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홍미옥의 모바일 그림 세상(92)
이른바 요즘 트랜드인 밸런스 게임이다. ‘짜장이냐 짬뽕이냐’, ‘여름이냐 겨울이냐’ 가 그것이다. 결론은 짜장과 겨울의 ‘승리’로 끝이 났다. 갱년기라는 그것은 매운맛과 더위를 좀체 당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동서고금을 평정한 밸런스 게임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가 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선 ‘vs게임’에서 제외된 지 오래다. 그리고 소소한 재미를 주는 내 겨울의 밸런스 게임은 바로 그림 속의 ‘붕어빵 vs 군고구마’다.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지금 인터넷상에서 펼쳐지는 밸런스 게임, 즉 ‘vs놀이’는 온갖 소재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너무 심각하거나 어려운 건 제외하고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인터넷 시대이니만큼 그에 어울리는 소재다.
‘데이터 가능한 휴대폰 배터리 5% vs 데이터, 와이파이 불가인 휴대폰 배터리 100%’ 음~ 살짝 고민이 되긴 한다. 나도 이게 뭐라고 당장 결론을 내리기는 애매했다. 또 두 가지 다 고르고 싶은 것도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10년 전 과거로 vs 10년 후 미래로’ 어떤 걸 고르면 좋을까? 과거의 나를 만나 못다 한 말이나 꿈을 다시 그리는 상상은 즐겁다. 또한, 미래의 난 어떤 모습일지도 말도 못 하게 궁금하기는 하다. 좀 더 고민해 볼 일이다.
지난해 10월 한국 보건산업진흥원에선 세계 손 씻기의 날을 맞이해 재밌는 이벤트를 가졌다. 트렌드에 맞게 밸런스 게임으로 진행되었는데 ‘손 씻을 때 자동으로 비누칠 되는 능력 vs 손 씻고 나서 자동으로 건조되는 능력’이 그것이다. 글쎄, 천천히 비누의 향을 맡아가며 뽀드득 씻는 재미도 포기할 순 없고 뽀얗고 깨끗한 손수건으로 손을 닦는 그 느낌도 포기하긴 싫겠다. 이쯤이면 재밌는 고민이다.
군고구마냐 붕어빵이냐
우습지만 먹성 좋은 나는 초겨울이면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등장하는 길거리 붕어빵과 군고구마가 굉장히 반갑다. 최소한 저것은 먹어줘야 겨울을 보낼 것 같은 생각이 드니 말이다. 개인의 취향 문제겠지만 둘 중의 하나를 고르라면 단연코 붕어빵이다. 갓 구워낸 붕어빵은 들러붙은 거스르미 마져도 고소한 게 가히 일품이다. 우스갯말로 특급주거지(?)인 ‘붕세권’에 사는 나는 오가며 붕어빵을 사 들고 온다. 사실 코로나만 아니라면 바삭한 붕어빵은 그 자리에서 먹어야 제맛이긴 하다. 하지만 단번에 붕어빵을 선택하기엔 노랗고 뜨겁게 익어가는 군고구마를 내치기도 쉽진 않다.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서도 사랑받던 전 국민의 간식이자 때론 배고픈 자의 식량이었던 고구마이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 빨간 장작불 위의 드럼통에서 하나씩 둘씩 고소함을 풍기며 나오던 군고구마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곧 겨울도 짐을 쌀 모양이다. 역대급 추위가 올 거라는 호들갑도 무색해졌고 동네공원엔 벌써 복수초가 노란빛으로 필 채비를 하고 있다. 코로나와 대선으로 온통 어지럽고 뒤숭숭한 세상이다. 사소하지만 재밌고, 쓸데없지만 나름 행복한 고민에 빠져 보는 건 어떨지. 군고구마냐 붕어빵이냐! 과연 당신의 선택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