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코로나 블루, 마음도 위중하다
루이비통코리아 작년 매출 1조원 넘어
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온 소비 위축은 내수시장을 울상짓게 했지만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을 필두로 한 고가 명품 브랜드에게는 호재가 됐다. 과거 외식·여행 등에 사용되던 여가 비용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을 받아 명품 지출 비용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대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며 코로나 악재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15.8% 증가한 41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루이비통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1조467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려 유일하게 매출 1조원을 넘긴 명품 브랜드로 우뚝 섰다. 올해 샤넬(4번), 루이비통(5번) 등의 명품 브랜드가 자사 제품 가격을 인상한 것을 고려하면 매출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명품 보복 소비의 이면에는 중저가 브랜드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보복 소비의 타깃이 해외, 고가의 명품 브랜드에만 국한돼 국내에서 활약하던 매스티지 브랜드의 경우 코로나19에 직격타를 맞았다. 대중(mass)과 명품(prestige)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등장한 매스티지(masstige) 브랜드는 중저가 수준의 가격대와 명품 못지않은 품질로 2000년대 초반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한때 백화점 1층(명품관)의 터줏대감이었던 MCM(성주디앤디)과 루이까또즈(태진인터내셔날)는 지난해 매출이 각각 1813억원, 229억원씩 감소해 기존의 명성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인디안, 올리비아로렌을 유통하는 세정도 매출이 5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중저가 매스티지 브랜드를 중점으로 판매하던 도심형 아울렛인 NC백화점, 2001아울렛 등도 덩달아 영업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과시 소비’ 뛰어넘을 ‘가치 소비’ 유도를
중저가 쥬얼리, 코스메틱 시장을 공략했던 브랜드는 온라인 쇼핑 채널의 최저가 판매 전략에 휩쓸려 보복 소비의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전국 130여 개에 달하던 OST 매장은 12월 기준 90개로 축소됐으며,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은 100개 이상의 매장이 줄지어 폐점했다. 이니스프리 관계자는 "코로나19 타격으로 오프라인에서는 지역별 거점매장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고 전했다.
고가제품에 분출되는 보복심리와 온라인 채널 확대로 인한 초저가 소비 열풍이 중첩되면서 중저가 브랜드의 전멸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 이해니 연구원은 “코로나19 동안 외출, 여행에 쓰지 못한 돈을 보복 소비로 해소했다”며 “급격히 상승한 자산가치에 대한 기대심리와 높아져 버린 소비 패턴으로 ‘K자형 소비 양극화 현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저가 브랜드의 몰락은 소비자에게도 이롭지 않다. 고가 명품 브랜드가 지속해서 가격을 인상하는 상황에서 중저가 브랜드가 무너지게 되면 소비자들이 고품질, 적정 가격의 ‘가성비’ 상품을 구매하기 어려워진다. 또한 중저가 브랜드 대다수가 국내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패션 산업이 입게 될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보복 소비가 계속되면 앞으로는 중저가 브랜드가 사라져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대에 물건을 구매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중저가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대비 품질이나 성능을 내세우는 등 적극적인 차별화와 브랜드만의 가치를 살려 과시 소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가치 소비를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