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새우연근솥밥
어머니는 그 식재료들을 구매해서, 구수한 찌개를 끓이고 다른 채소들을 더해 볶음요리로 식탁을 차려주셨다. 화려한 색감은 아니지만, 단맛 나는 햅쌀과 늦가을 햇볕에 무르익어 향이 좋은, 자연의 식재료로 완성한 밥상이다. 잊지 못할 고향의 추억이다. 이 추억은 공기가 사뭇 차가워지는 이맘때마다, 연상작용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한다. 버섯과 뿌리채소에서 은은하게 풍기던 땅의 향기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다. 그러면 나는 어느새 흙내음이 가득한 뿌리채소를 찾아 나서게 된다.
다양한 가을의 뿌리채소 중에서도 나는 연근을 이용한 음식을 많이 만드는 편이다. 연근이 가진 뿌리채소 특유의 향과 가볍게 살푼 익혔을 때 적당히 씹히는 식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연근은 활용도가 높은 식재료다. 간장을 넣고 졸여 내는 연근조림처럼, 연근을 주재료로 사용해도 좋지만 다른 식재료와 섞어도 안정적인 조합을 보여준다.
새우와 연근으로 만든 전은 ‘마마리마켓’의 인기 상품이기도 하다. 여러 연령층에서 폭넓게 사랑받는 메뉴라는 게 포인트다. 홍콩에 있는 ‘마마리마켓’에서도 꽤 인기가 좋은 걸 보면, 외국인에게도 어필하는 메뉴가 아닐까 싶다. 이 정도 선호도라면 칼럼에 선보이기도 제격일 듯해, 첫 칼럼 주제를 ‘연근과 새우’로 골라봤다.
대신 전이 아니라 솥밥으로 메뉴를 바꿔봤다. 계절의 향이 담긴 연근과 단맛이 오른 새우가 어우러진 새우연근솥밥이다. 솥밥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음식인 동시에 스페인의 쌀 요리 파에야처럼 이국적인 풍미를 주는 음식이기도 하다. 약간의 단맛이 있는 연근 조림을 위에 올려 덮밥처럼 먹을 수도 있다.
새우연근솥밥의 풍미는 연근에 좌우된다. 향이 좋은 뿌리채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 때 내가 유의하는 점은, 재료가 가진 맛 중에 너무 쓴맛이 도드라지지 않으면서도 그 고유의 향을 유지하는 것이다. 보통 소금물에 연근을 담가 쓴맛을 제거하거나 단맛으로 쓴맛을 눌러주는데, 개인적으로는 깨끗이 씻은 연근을 껍질까지 사용하는 편이다.
제철 식재료의 향을 살리기 위해서다. 뿌리채소의 향을 살리려면 너무 달지 않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또 다른 부재료를 섞어 시각적으로 색감이 다채롭게 보일 수 있게 만들도록 한다. 뿌리채소 자체가 색감이 화려한 재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Today`s Recipe 송하슬람의 새우연근솥밥
솥밥의 생명은 밥물이죠. 레시피에는 밥물을 300g 넣으라고 표시했지만, 쌀을 씻어 불린 후 무게가 200g을 넘는다면 적게 넣는 것이 좋습니다.
재료준비 (2인 기준)
연근조림 양념장: 물 1000g, 미림 100g, 설탕 50g, 간장 50g.
만드는 법
1. 쌀은 씻어 30분 불린 후 빼준다.
2. 새우 1/3과 연근은 1㎝ 두께로 썰어 준비한다.
3. 솥에 1과 2를 넣은 후, 물 또는 육수를 붓고 국간장을 넣어서 밥을 짓는다.
4. 냄비에 연근과 조림 양념을 모두 넣고 센불에서 끓여준다. 양념이 반으로 줄어들면 불을 줄여서 자작하게 졸여준다
5.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새우를 굽는다.
6. 쌀이 한번 끓어 오르면 뚜껑을 열어 위아래로 한번 섞어주고 5분 정도 더 끓인 후 4와 5를 넣고 뚜껑을 덮어 뜸을 들인다.
7. 밥 위에 쪽파와 포치드에그(poached eggs 수란)를 곁들여도 좋다. 수란이 어려우면, 달걀 후라이도 괜찮다.
-포치드에그(수란) 만들기
냄비에 물 1L, 식초 2큰술 소금 1작은술을 넣고 끓어오르면 회오리가 생기게 물을 저어주다 달걀을 넣고 익힌다.
송하슬람 마마리마켓 대표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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