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곳곳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BBC에 따르면 지난 40년 동안 한낮 수은주가 50도 이상 치솟는 폭염 일수는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14일에서 26일로 두배 가까이 늘었고 전보다 많은 지역에서 폭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 세계가 기후 재난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며 "더는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식량 위기로 이어진 기후변화
미국과 러시아 등 주요 곡물 생산 국가들이 극심한 가뭄을 겪으면서 전 세계 곡물 가격도 급등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밀 가격은 12%, 옥수수는 11% 올랐는데, 기상 상황에 따라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곡물 선물가격은 지난 5월 역대 최고가에 근접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최근 발표한 올 8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전월의 123.5포인트(p)보다 3.1% 상승한 127.4p를 기록했다. 특히 곡물 가격은 전월보다 3.4% 상승한 129.8p로 조사됐는데,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31.1%나 높은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붕괴 외에도 기온 상승, 가뭄과 같은 기후변화를 곡물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미국 가뭄모니터(US Drought Monitor)의 자료에 따르면 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미네소타·아이오와·네브라스카 주 대부분 지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특히 곡물 생산량이 많은 노스다코타와 미네소타 주의 경우에는 토양 내 수분이 역대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고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밝히고 있다.
美 곡물 재고량 2013년 이후 '최저'
WSJ은 "최근 2년 동안 농가들의 타격이 심각한 상황으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농장 문을 열 수 없었고 올해는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주요 곡물 생산국도 생산량 타격
러시아도 가뭄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USDA는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밀 생산량을 지난 7월보다 1250만t 줄어든 6030만t으로 전망했다. 브라질도 타격을 받는데 겨울에 재배된 옥수수 수확량이 지난해 7510만t보다 크게 줄어든 6030만t으로 집계됐다.
한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2050년에는 주요 작물의 수확량이 30%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는 이날 공개한 '기후변화 리스크 진단 2021'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가뭄이 심해지면서 식량 공급이 세계 인구 증가를 따라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위해 작성됐는데, 세계 식량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거의 50%의 식량을 더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올해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관측된 폭염과 가뭄,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은 우리에게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 재앙이 눈앞으로 다가왔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WP는 "최근의 재난이 최악인 이유는 지금까지 자신이 기후변화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 눈앞에 재앙이 펼쳐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