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폭염·허리케인…미국인 3명중 1명 기후재앙 겪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1.09.07 15:57

지난 2일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폭우에 집이 물에 잠겨 피신한 사람들을 보트로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폭우에 집이 물에 잠겨 피신한 사람들을 보트로 구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8월 3개월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홍수·폭염·산불로 400여 명이 사망했고, 같은 기간 미국인 3명 중 1명은 기상 이변으로 피해가 발생한 지역에 거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연방재난관리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6일(현지시간) AP통신과 WP 등은 "전 세계가 기후 재난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며 "지구온난화에 취약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며, 전 세계가 신속하고 광범위하며 변혁적인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기후재난, 부자나라도 예외없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여름 전례없는 가뭄과 홍수를 겪으며 '기후 위기 앞에 예외란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그간 기후 재앙은 사회기반시설이 취약한 저개발국가에서 주로 발생했다. 선진국은 이들을 돕거나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나라를 지탄하는 관찰자이자 조율자 역할을 맡아왔다. 앞서 세계기후속성이니셔티브의 프리데리케 오토 대표는 "부자 나라 국민들에게는 날씨 때문에 죽을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여름 미국 전역은 물론 서유럽을 초토화시킨 산불과 홍수, 가뭄은 기후 위기에 대한 선진국의 '안일함'에 허를 찔렀다. WP에 따르면, 지난 6~8월 3개월간 미국에서 허리케인·홍수·폭염·산불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388명이다. 북미 서부는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6월 한달에만 200명이 넘는 온열 질환 사망자가 발생했고, 84개의 대형 산불로 500만에이커(2만㎢)의 숲이 불탔다.

지난 8월 30일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우스 레이크 타호의 리조트 커뮤니티로 이동함에 따라 최소 650개의 구조물이 불탔다. 연합뉴스

지난 8월 30일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이 사우스 레이크 타호의 리조트 커뮤니티로 이동함에 따라 최소 650개의 구조물이 불탔다. 연합뉴스

폭우·산불·가뭄…"위기로 가득했던 여름"

또 지난달 29일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다(Ida)는 1869년 미국 기상 관측 이래 최대 강수량에 해당하는 역대급 비를 뿌렸다. 이날 뉴욕 일대에 쏟아진 비는 총 1324억L로, 올림픽 대회 규격 수영장 5만 곳을 채울 양이라고 CNN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달 초 아이다로 인한 사망자가 최소 62명이라고 보도했다. 서유럽도 폭우 피해가 컸다. 지난 7월 독일 남부에서는 하루 최대 강수량 93㎜의 폭우가 쏟아져 최소 190명이 숨졌고, 벨기에 남부지역에선 최소 38명이 사망했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A) 및 플로리다 비상관리부서의 전 국장인 크레이크 푸가테는 "이번처럼 위기로 가득찬 여름은 본 적이 없다"고 개탄했을 정도다.

아이다로 인한 폭우로 집이 물에 잠긴 한 여성이 고양이를 구조해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다로 인한 폭우로 집이 물에 잠긴 한 여성이 고양이를 구조해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같은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더 빈번하고 강렬해질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영향권이 넓어졌다는 데 있다. WP는 "최근의 재난이 최악인 이유는 지금까지 자신이 기후 변화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눈 앞에 재앙이 펼쳐졌기 때문"이라며 "평소처럼 잠에서 깼을 때 집안에 물이 가득 차 있고, 문 밖에서 산불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재앙을 피할 안전지대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사회역학·도시계획 교수인 마리아나 아르카야는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올 여름을 기점으로 '기후 재앙을 피하려면 대체 어디로 가야하느냐'는 긴박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패트리샤 에스피노사 유엔기후변화회의 사무총장은 "이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 5일 캘리포니아 오로빌 호수의 모습. 극심한 가뭄으로 호수 바닥이 드러나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캘리포니아 오로빌 호수의 모습. 극심한 가뭄으로 호수 바닥이 드러나 갈라져 있다. 연합뉴스

WP "탄소 배출 감소, 미국이 주도해야" 

WP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막을 해법에 대해 "탄소 배출량을 의미있게, 신속하게 억제하는 일에 미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겪는 기후 재앙에 대한 미국의 책임론도 제기했다. 지구에 산업화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1.1℃ 이상 따뜻해졌는데,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WP는 "1850년 이후 대기에 추가된 이산화탄소의 4분의 1은 미국인이 방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가별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에 대해 지구과학자인 클라우디아 테발디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2050년까지 극심한 더위로 세계에서 연간 6만명이 추가로 사망할 수 있고, 미국에는 아이다급의 허리케인이 수년 간격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피노사 사무총장은 "(선진국들이) 그간의 이기주의와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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