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르면 탈레반의 가장 큰 수확은 공군 무기 확보다. 쿤두즈, 헤라트 등에 위치한 아프간 공군기지 9곳을 점령한 결과다.
미국 아프간재건 특별감사관실(SIGAR)에 따르면 지난 6월 30일 기준 아프간 공군이 운영하던 군용기는 모두 167대였다. 블랙호크로 불리는 군용 헬기 UH-60 33대를 비롯해 Mi-17 헬리콥터(32대), A-29 경공격기(23대) 등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탈레반이 얼마나 많은 공군기를 확보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BBC는 탈레반 점령 전후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공항의 위성사진을 비교한 결과 탈레반이 최소 수백 대의 군용기를 손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도 그 규모를 블랙호크 45대를 포함해 200대 이상으로 추정했다. 이로써 탈레반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중에서는 처음으로 공군력을 갖춘 조직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구 납세자 희생해 탈레반 무기 쥐어준 꼴”
주목할 점은 첨단 기술이 장착된 무기들이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탈레반은 안구와 지문 인식이 가능한 생체인식 수집 및 식별 장치까지 확보했다. 전문가들을 이 장치를 이용해 연합군을 도운 아프간인을 찾아내 인질로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밖에도 야간 투시경, 헬멧, 통신 장비, 방탄조끼 등 각각 수백만 원 상당의 고가 군사 장비 수만 개를 손에 넣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아프간에서 무기 공급 책임자로 근무했던 미 공화당 짐 뱅크스 하원 의원은 미군이 떠난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장악한 군사 무기가 620억 파운드(약 99조 4362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탈레반을 막겠다는 명목 아래 미 납세자를 희생해 마련한 무기가 고스란히 탈레반 손에 넘어갔다”고 개탄했다.
항공기 운항능력 없어…소형무기 암시장 거래 우려
아프간 주둔 미군 고문이었던 조나던 시로덴 박사는 “탈레반이 항공기를 획득하는 건 쉬웠을지 모르지만, 이를 운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간군과 미군이 무기를 이미 불능화했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 24일 미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미군 철수 시 수송기에 실을 수 없는 장비와 무기는 파괴하거나 폐기하는 등 적절하게 조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주 카불 미 대사관은 탈레반 점령 후 CH-46E 시나이트 헬기 7대를 불능화했고, 대사관 부지에 배치한 로켓·고사포·박격포 방어(C-RAM) 시스템도 망가트렸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탈레반이 이 무기들을 수출할 경우다.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무기가 전 세계 반군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이들 무기를 구매한 뒤 재판매하거나 분해해 다른 무기로 제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최근 미 공화당 하원 의원들은 “탈레반이 미국이나 동맹국에 미국산 무기를 사용하거나 중국, 러시아, 이란, 혹은 북한과 같은 적국에 미국산 무기를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 아프간 복무 공군인 조디 비토리도 “즉각적이진 않겠으나 몇 달 안에 무기 공급망이 형성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파키스탄, 중국, 러시아 등 아프간 주변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