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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탈출구 없다…마지막 희망은 2253㎞ '마약 길'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 남동부 차만 지역으로 모여든 사람들. [AFP=연합뉴스]

지난 21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 남동부 차만 지역으로 모여든 사람들.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오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폭탄이 터진 시각, 남동부 스핀 볼닥 국경지대도 아비규환이긴 마찬가지였다.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 위협에 육로 탈출로 방향을 튼 사람들이 몰려오면서다. 이들은 이미 탈레반의 촘촘한 검문에 막힌 데다 테러 우려 등으로 주변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서 실낱 같던 희망도 사그라들 판이다. 외신에서는 “아프간에서 탈출구는 이제 없다”는 비관을 내놓는다.

26일(현지시간) 파키스탄과 맞닿아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남동부 스핀 볼닥 마을에 수 천명의 사람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들었다. [@natiqmalikzada 캡처]

26일(현지시간) 파키스탄과 맞닿아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남동부 스핀 볼닥 마을에 수 천명의 사람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들었다. [@natiqmalikzada 캡처]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날 스핀 볼닥 국경지대에는 수천 명의 사람이 몰려왔다. 현지 기자가 SNS에 공개한 영상에는 큰 짐을 둘러멘 사람들이 다닥다닥 쪼그리고 앉아 진입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이곳 스판 볼닥 국경 마을 상황은 카불 공항보다 더 심각하다. 하지만 외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아 언론에서도 다루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파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 지구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아프간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카불 공항 또는 육로뿐이다. 이날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에 선택지는 이제 육로로 좁혀졌다.

아프가니스탄과 주변국 주요 국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아프가니스탄과 주변국 주요 국경.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아직은 육로를 이용해 파키스탄, 이란 등으로 탈출하는 방법이 완전히 차단되진 않았다. 그러나 탈레반이 도시에서 시외로 나가는 지점에 검문소를 설치해 통행을 막고 있고, 무역상이나 여행허가증을 가진 사람만 주변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민간인이 인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대부분의 아프간인이 정상적인 경로로 나라를 떠날 수 없게 됐다. 현재 위험에 처한 아프간인들의 뚜렷한 탈출구가 없다”며 육로 탈주로를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밀입국업자의 마약 유통로가 마지막 희망 

아프간 사람들도 여러 수단으로 탈출 방법을 찾고 있다. 그중에서도 밀입국업자(human traffickers)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밀입국업자들은 공식 육로가 아닌 마약 밀매 경로 등 불법 육로로 사람들을 안내한다. 주로 국경 너머 님루즈 지방의 사막을 통해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지역으로 건너간 뒤, 또다시 산을 넘어 이란과 터키 등으로 향한다. 평균 이동 거리 1400마일(2253㎞)로 건조한 사막과 험한 산악 지형을 이동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다.

아프가니스탄 밀입국업자를 통한 난민 이동 경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료=가디언]

아프가니스탄 밀입국업자를 통한 난민 이동 경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자료=가디언]

하지만 밀입국업자를 찾는 이들은 탈레반 집권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한 업자는 “최근 님루즈 지방에서 파키스탄으로 들어간 불법 아프간 난민 버스는 150대 이상으로 탈레반 집권 전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지리전략위원회 연구 책임자인 제임스 로저스는 “이론적으로는 내륙 국가인 아프간에서 주변국으로 대피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하지만 지형이 매우 험난하고 척박하기 때문에 가족 등 단체로 이동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주변국은 콘크리트·철조망 차단벽…우즈벡, 난민 돌려보내

어렵사리 주변국에 도착했더라도 검문소에서 막힐 가능성이 크다. 파키스탄과 이란, 터키 등이 아프간 난민에 난색을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인 차만을 넘어 아프간 사람들이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24일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지대인 차만을 넘어 아프간 사람들이 파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프간과 2670㎞ 길이의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은 난민의 대규모 유입을 막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파키스탄 북부 토르캄과 남서부 차만 등 아프간 접경 지역 주요 검문소에 군인을 배치하고 신원 확인 절차와 경계를 강화했다. 여기에 국경 90% 이상에 4m 높이의 이중 철조망을 설치했다. 이 밖에 아프간과 900㎞의 국경을 접한 이란을 비롯해 터키, 그리스 등이 철조망과 콘크리트 장벽 등을 세워 난민이 국경을 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국경을 넘어온 아프간 난민을 다시 돌려보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주 탈레반과의 합의에 따라 아프간 난민 150명을 돌려보냈다. 이란 당국도 국경을 넘어온 수 백명의 아프간 난민에게 식량을 제공할 순 있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입국을 거절했다. 탈레반은 난민들에게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약속했지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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