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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마 사랑해" 아프간 아기 돌보던 美여군의 마지막 문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목숨을 잃은 미 해병대 소속 여군 니콜 지(23) 병장은 언제나 씩씩했다. 아프간 파병이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체없이 떠났다.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는 가족을 이렇게 위로했다.

“두려워 하지마…우리가 지켜줄거야. 사랑해”

지난 20일(현지시간) 니콜 지(23) 병장이 아프가니스탄 미 철군 현장에서 아프간 아기를 돌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니콜 지(23) 병장이 아프가니스탄 미 철군 현장에서 아프간 아기를 돌보고 있다. [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지 병장의 언니 미스티 푸오코(25)는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 사고 며칠 전까지 동생과 주고받았던 마지막 메시지를 공개하고, 그를 추모했다.

공개한 메시지에는 지 병장의 용감함이 그대로 베어있었다. 그는 2주 전 메시지에서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는 언니에게 “최근에 아프간 관련 뉴스들이 올라오고 있지만 겁내지 마”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면서 “미 해병대와 군이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 훈련해 왔고, 그 경험을 아프간에서 활용할 수 있어서 보람된다”며 “모든 게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길 바라고 있다. 사랑해 언니”라고 적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해병대 제24특수부대 소속인 지 병장은 정비 담당으로 아프간에서 파병 생활을 해왔다.

이번 철군 과정에서는 카불 공항 정문에 배치돼 주로 여성과 아이들의 탈출을 도왔다. 사고 일주일 전 소셜미디어(SNS)에 카불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난 내 일을 사랑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언니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모든 것에 놀라고 있다”며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전했다고 한다.

카불 테러로 희생된 미군 장병들. 미 국방부가 이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카불 테러로 희생된 미군 장병들. 미 국방부가 이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그 중에서도 지 병장이 유독 마음을 쓴 가족은 해병대 동료이자 남편인 자로드 지(25)였다. 지 병장은 고등학교 시절 연인으로 만난 자로드 지를 따라 해병대 입대를 결심했다. 지 병장의 사고 당시 남편은 캘리포니아주 시트러스 하이츠 출장 근무 중이었다.

푸오코는 “동생은 마지막 문자에서도 남편과 보낸 지난 4년 간의 결혼 생활을 자랑했다”며 “제부(자로드 지)에게서 동생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말 그대로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농담이길 바랐다. 모든 게 거짓말이라는 두 번째 전화를 기다렸지만 끝까지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니콜 지가 무사하길 간절히 바라는 일 뿐이었다”며 “이제 겨우 3개월 된 조카가 더는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다”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그럼에도 푸오코는 동생이 자신이 아끼는 일을 하던 중 전사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그는 “동생은 자신이 하는 일을 믿었고, 사랑했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동생을 추모했다.

미 국방부는 28일 카불 테러 희생 장병 13명 신원을 확인하고 사진도 공개했다. 국방부가 희생 장병을 알리자 미국 언론은 이들의 평소 모습과 아프간 복무를 마다하지 않았던 사연을 전하며 추모했다. 미국 사회 곳곳에서도 희생 장병을 애도하며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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