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58%(18.28포인트) 내린 3128.53에 장을 마쳤다. 나흘 만의 약세다. 외국인은 3600억원, 기관은 800억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지수는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나흘 연속 올랐다. 전날보다 0.26% 상승한 1020.44에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하락은 중국 규제 부담에 따른 중국·홍콩 증시 약세 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부담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 금리를 8월 또는 10월에 올릴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도 유동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외환 시장도 비교적 차분했다. 시장 금리 지표로 통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7% 포인트 내린 1.398%로 마감했다. 원화 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4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170.5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이 더 관심을 쏟는 것은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시기와 강도다. 당장 오는 27일(현지시간) 열릴 잭슨홀 미팅을 주시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어떤 발언을 하느냐와 테이퍼링 스케줄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파월이 테이퍼링의 구체적 일정과 또는 최소한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미국 통화 정책의 방향추가 긴축으로 바뀌는 걸 의미한다. 하지만 파월이 테이퍼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이전보다 많은 무게가 실린다.
컨설팅회사 RSM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폭스비즈니스에 “테이퍼링의 시기와 규모, 로드맵 등에 관해 (잭슨홀 미팅에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번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파월은 최근 고용 지표 개선과 델타 변이 리스크 등만 언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ed가 경제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9월 이후 테이퍼링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예상은 지난주와 180도 달라진 것이다. 지난 18일 공개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 과반수가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 것이 알려진 뒤 9월 테이퍼링 발표, 11월 개시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델타 변이로 크게 확산하면서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커졌다.
추가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주가 영향은 어떨까. 시장은 내년까지 한은이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더 인상하며 연 1.0~1.2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종우 이코노미스트는 “인상 폭과 속도가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빠르다면, 증시도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증시의 기초체력이 강해진 만큼 금리 인상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실제 2010년 7월~2011년 6월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2%에서 연 3.25%로 5차례 올렸는데, 코스피는 이 기간 23% 뛰었다. 좋아진 기업 실적이 금리 인상이란 악재를 상쇄한 결과로 해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