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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인상으로는 시장 안정 힘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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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① 집값 하락할까 

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가 현실화하나. 집값을 밀어 올린 ‘유동성 수압’이 낮아지기 시작하고, 동시에 사전청약 확대 등 ‘배수관’도 다소 열리면서 향후 시장 흐름이 바뀔지 주목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대국민 담화에서 “올해 하반기 조기 청약이 이뤄진다는 점, 전문가의 고점 인식, 금리 인상과 유동성 관리 가능성 등 대내외적 환경 등을 판단해 볼 때 주택 가격은 일정 부분 조정의 여지가 있다”며 “시장의 예측보다 좀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후 ‘유동성 죄기’와 ‘공급 확대’는 조금씩 행동으로 옮겨지고 있다. 정부는 25일 사전청약 확대라는 ‘공급 당겨 쓰기’ 카드를 꺼냈다.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의 대출 중단, 신용 대출 한도 축소 등 유동성 총량 관리에 돌입했다. 이어 26일 한국은행이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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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움직임이 집값의 상승 탄력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이란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현재 집값이 상승 속도, 소득 대비 가격 등으로 볼 때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금리는 집값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바닥 수준으로 낮아진 금리가 주택시장 유동성 물꼬를 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년 전인 2019년 6월까지만 해도 1.75%인 기준금리가 코로나 사태를 맞아 불과 11개월 만인 지난해 5월 0.5%로 3분의 1 밑으로 뚝 떨어졌다.

정부에 따르면 금리 인하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60%가량 급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가 이미 슬금슬금 오르고 있었는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욱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며 “대부분 대출에 의존하는 주택 수요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사전청약 확대는 ‘조삼모사’라는 비판도 받지만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올해부터 2~3년간 예상되는 서울 등지의 새 아파트 입주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불안은 다소 달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집값 급등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당장 시장이 진정될지는 불확실하다. 기준금리 0.75%의 부담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주택 공급도 현실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금리 인상은 시장이 예상했던 부분이고, 대출금리 인상 폭이 관심사인데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은 시장에서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진형(경인여대 교수)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이미 유동성이 풍부하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 이 정도 금리 인상으로는 시장이 안정되기 힘들다”며 “실질적인 공급이 없다면 우상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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