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장'서 '인플레 수출국' 된 중국…생산자 물가 9% 급등

중앙일보

입력 2021.08.09 18:41

수정 2021.08.0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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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자 물가 급등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 관련 이미지 / 셔터스톡

 
9일 중국 통계국은 중국의 7월 PPI가 전년 동기 대비 9%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로이터 통신 전망치(8.8%)와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의 전망치를 모두 뛰어넘은 수치다. 
 
중국의 PPI 상승률은 지난 5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폭(9%)으로 올랐다가 지난 6월 8.8%로 소폭 하락했는데 이번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PPI가 상승했다는 것은 공산품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인 동시에 ‘메이드인 차이나’를 소비하는 전 세계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수출 총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7%에 이른다.  


 

중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한국 수입 총액 22% 中 차지  

 
특히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중국 수입 물량이 많을 뿐 아니라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다양한 품목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서다. 한국이 어떤 나라에서 가장 많이 물건을 사들이는지 따져보면 전체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22%) 압도적으로 높다. 뒤를 이어 미국(12%), 일본(10%) 순이다. 
 
 

중국 허베이성 탕산 징탕항(京唐港) 항구에 실린 컨테이너. [신화=연합]

 
중국 PPI 상승률이 꺾이지 않는 것은 지난 5월부터 국제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중국은 주요 원자재의 70%를 수입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 급등은 중국 제조 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 로이터 통신은 “7월 PPI가 시장 전망보다 높게 나오면서 높은 원자재 가격에 고전하는 기업들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을 견디지 못한 중국의 공장들이 늘어난 비용을 해외 고객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설상가상으로 델타 변이 확산, 허난성 폭우 등 예상치 못한 악재도 겹쳤다. 
 

中 생산비 비싸지는데…소비 회복 기대 이하 

전문가들은 PPI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신흥경제부장은 “중국의 PPI 상승으로 미국 수입 물가가 올라가고, 여기에 미국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 추진으로 생산 단가가 높아져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도 생산자물가 상승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원자잿값이 올라 기업들의 생산비 부담은 커지는데 델타 변이 확산 등 여파로 소비가 정체되며 판매 가격을 그만큼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은 지난달 15일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시장에 1조 위안(약 177조원)을 풀었다. 지급준비율 인하는 코로나19로 경기 침체 우려가 퍼졌던 지난해 5월 이후 약 14개월 만이다.  
 
하지만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생산 비용은 비싸지는 데 소비는 생각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1.0% 상승에 그쳤다. 중국 정부의 올해 CPI 인상률 목표치(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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