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K팝 3.0’ 그 뜨거움의 비밀
최근 K팝 시장에서 아티스트와 팬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인기다. 실시간 알림, 1:1 채팅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팬심을 움직이고 있다. 하이브(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가 만든 위버스를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자회사 (주)디어유에서 운영하고 있는 디어유 버블(DearU bubble), 게임 콘텐츠 기업으로 알려진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UNIVERSE)가 대표적이다.
K팝의 소통 전략
하이브 ‘위버스’ 233개국 팬 가입
SM ‘디어유 버블’선 1:1 대화도
자율성·다양성 보장이 성공 열쇠
YG 블랙핑크도 내달 위버스에 들어가
위버스는 인수합병 등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지난 1월 YG엔터테인먼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뒤 YG 소속 일부 아티스트의 커뮤니티가 개설됐다. 블랙핑크도 8월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 4월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가 소속된 미국 종합 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가 하이브에 인수돼 글로벌 유명 아티스트의 위버스 합류 가능성도 커졌다. 경쟁 관계였던 네이버 V LIVE와의 통합도 기대된다. 현재 위버스에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등 하이브 레이블즈 아티스트를 비롯해 CL·선미·헨리 등 국내 타 소속사 아티스트와 그레이시 에이브럼스(Gracie Abrams). 알렉산더23(Alexander 23), 뉴 호프 클럽(New Hope Club) 등 해외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까지 합류해 총 28개의 커뮤니티가 개설돼 있다.
아티스트를 적극 유입하면서 이용자도 늘고 있다. 하이브 1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위버스의 월간 순 이용자(MAU·먼슬리 액티브 유저)는 지난해 1분기 240만 명에서 가파르게 상승해 21년 1분기에는 490만 명을 기록했다. 전 세계 233개 국가 및 지역의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고, 각 아티스트 커뮤니티 가입자는 2700만 명(중복포함)이 넘는다. 2020년 매출도 전년 대비 180% 증가해 2191억원을 기록했다.
위버스가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부상했다면, 디어유 버블은 아티스트와 1:1 대화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월 4500원의 구독료를 내면 아티스트 한 명과 1:1 메신저 형태의 채팅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용자 화면에서만 1:1 대화로 보일 뿐 실제로는 아티스트 한 명과 수많은 팬들의 일대다 대화지만, 이용자들의 만족감은 높다. 디어유 버블에서 JYP소속 스트레이키즈 멤버와 채팅을 하고 있는 김지수(23·가명)씨는 버블을 ‘인생 최고의 소비’로 꼽는다. 김씨는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아티스트와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아침, 저녁마다 인사해준다”고 말했다. 해외 이용자들의 반응도 좋다. 현재 디어유 버블 구독자의 70%가 해외 이용자다. 디어유는 해외 아티스트 영입 확대 등 서비스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가수 해외 진출 더 수월해질 듯”
단순히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하는 걸 넘어 플랫폼을 시작으로 메타버스 등 콘텐츠 다각화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다변화하는 움직임도 있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1월 미국·태국·필리핀 등 134개국에서 출시한 유니버스다. 엔씨소프트 홍보팀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R&D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K팝 콘텐츠를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티스트 21팀을 보유한 유니버스는 6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가 1000만 회를 넘어섰으며, 해외 이용자 비중은 80%에 달한다. 게임 분야에서 개발한 AI·모션 캡처·캐릭터 스캔 등을 접목해 메타버스와 유사한 환경에서 아티스트와 팬이 소통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전략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플랫폼을 잘 구축하고, 유명 해외 가수를 끌어들이면 인지도 효과로 더 많은 해외 가수가 합류할 수 있다”며 “그러면 K팝뿐 아니라 음반 시장에서 보편적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국내 가수들의 해외 진출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운영도 중요하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해서 만들고 참여했던 팬카페와 달리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자율성과 다양성의 보장 여부가 성공을 가늠하는 관건이라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지금의 팬들은 불합리한 점이 있을 때 바로바로 목소리를 내는 편이다. 일반 기업처럼 오직 수익을 목표로 운영할 수 없는 부분이 이미 존재한다”며 “불매 운동 등 팬덤 이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관점에서 팬 플랫폼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