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방문도 않고 공시가격 매겨 문제, 감정평가로 바꿔야”

중앙일보

입력 2021.04.24 00:27

수정 2021.04.24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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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진단] 공시가격 수술 불가피 

정수연

“납세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주택(단독·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출 과정을 투명하게 하거나 지자체에 이관할 필요가 있다.” 한국감정평가학회장인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해 제주공시가격검증센터장을 맡은 직후부터 줄곧 이렇게 주장해 왔다.
 
지자체로 이관하면 ‘고무줄’ ‘깜깜이’ 공시가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최소한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공시가격을 매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자체 이관 문제 등에 대해 20일 정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수연 감정평가학회장
시세 단순 반영 ‘조사 산정’ 한계
폐가가 표준주택에 산정되기도
미국선 감정평가사가 근거 설명

지자체 이양을 주장하는 이유는 뭔가.
“올해 제주도 단독주택 공시가격엔 폐가가 표준주택인 예도 있다. 정부가 만든 지침에는 ‘폐가는 표준주택으로 산정하지 말라’고 돼 있다. 그런데도 폐가를 표준주택으로 한 건 현장을 가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주택 공시가격은 재산세 등 보유세의 기준인 만큼 더 전문적이어야 하고 더 공정해야 하는데, 현장 방문조차 안 한 거다. 지자체가 맡는다면 (제주도는) 감정평가사 등 전담 직원을 따로 고용해 진행할 거다. 그래야 납세자가 납득하지 않겠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자체가 맡고 있는데 지역마다 증감률이 다르다는 등 여러 비판이 있다.
“많은 분이 그렇게 오해하고 있는데, 정확히는 지자체가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조사·산정해 보내면 지자체 공무원은 표준주택 공시가격에 비준표(比準表)상 계수(係數)를 곱하는 식으로 개별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한다. 지자체는 단순히 비준표로 곱하기만하는데, 이걸 지자체가 하는 거고 그래서 문제가 많다고 할 수 있나?”
 
제주도처럼 검증센터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지 않나.
“2018년부터 공시가격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는데, 계속 문제가 생기니까 도지사도 권한 이양을 요구하는 거다. 잘못된 공시가격으로 일부 도민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잘못 산정한 공시가격 때문에 기초연금에서 탈락한다거나 그러면 어찌 되겠나. 미국처럼 철저하게 감정평가를 통해 공시가격을 매겨 납세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미국도 우리처럼 시세를 준용하나.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미국은 주정부 산하 카운티 지방정부에 과세국이 있다. 과세국 직원의 50%는 감정평가사다. 이들이 감정평가를 통해 공시가격을 매기는데, 감정평가 땐 당연히 시세도 고려 대상이므로 반은 맞다. 틀린 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시세를 따르는 공시가격 ‘조사·산정’이다. 조사·산정의 법률상 의미는 현장조사 및 가격 산정이다. 감정평가가 아니다 보니까 어디는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고, 어디는 덜 오르고 이런 문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거래된 집이건, 거래되지 않은 집이건 동등하게 납세자의 주택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감정평가다. 미국처럼 감정평가로 바꿔야 한다.”
 
미국에서도 공시가격에 불만이 있나.
“사람이 하는 일이니 없을 순 없다.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이 있으면 감정평가사가 직접 한사람 한사람에게 산정 근거랑 관련 자료를 보여주고 설명해준다. 우리는 산정 근거를 설명해 주긴 커녕 의견 제출을 하면 문자 한 통 오는 게 전부고, 의견 제출 자체도 대부분 무시한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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