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집 살 때 가격으로 재산세 매기기도, 가격 올라도 재산세는 그대로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33호 07면

[SUNDAY 진단] 공시가격 수술 불가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씨가 지난해 미국 뉴욕주 자택에서 체포되면서 그의 막대한 재산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가 체포됐을 당시 머물던 뉴욕 외곽 파운드리지의 저택 가격은 345만 달러(약 38억원)로, 유씨는 2019년 이 집의 재산세만으로 6만5193달러(약 7295만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자산관리업체 스마트에셋에 따르면 뉴욕주는 부동산에 0.66~3.49%의 재산세율을 적용한다. 뉴욕주는 부동산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방식으로 과세한다.

해외 각국의 부동산 보유세 #미국, 1만 달러까지 소득세서 공제 #일본, 3년에 한 번 주택 가치 측정 #싱가포르, 연간 임대료 기준 과세

미국은 주마다 재산세 규정이 다르다. 또 각 주마다 지방행정부별로 독립적인 과표를 정하고 있어 지역별 편차가 큰 편이다. 재산세율은 캘리포니아 0.72%, 애리조나 0.61%, 콜로라도 0.55% 정도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는 재산세를 매입 당시 평가액을 기준으로 매겨 재산세 상승을 억제한다. 남서부지역은 재산세율은 낮은 데 반해 일리노이 2.87%, 뉴저지 2.39%, 위스콘신 1.91% 등 동부지역은 상대적으로 세율이 높다. 미국 평균 세율은 1.69% 정도다.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에 사는 차진혁(43) 주립대학 교수는 “재산세 부담이 큰 편이어서 주택 구매를 포기하고 임대해서 사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차 교수는 50만 달러(약 6억원)짜리 주택을 소유 중이고, 재산세로 연 1만 달러(약 1119만원)가량을 낸다.

미국은 재산세가 높은 나라로 우리 정부가 보유세 강화 때 예로 들었던 나라 중 한 곳이다. 그러나 미국은 소득세에서 재산세 등 지방세 납부액 중 1만 달러까지 과세소득 소득공제와 같은 세금 혜택을 주므로 실질적인 납부 세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국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종교인·비영리단체·장애인·노인 등에는 재산세를 감면해 준다. 한국의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도 없고, 여러 주가 취득 당시 가격으로 재산세를 산정하므로 한국처럼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보유세 상승 문제가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주택 재산세는 ‘고정자산세’와 ‘도시계획세’로 나뉘는데, 고정자산세 세율은 원칙적으로 1.4%이고, 가옥과 토지를 별도로 산정해 합산한다. 과표는 한국의 공시가격과 비슷한 ‘주택 평가액’인데, 주택 평가액은 우리와 달리 주택용지의 가치와 전년도 과표, 토지의 깊이·모양 등을 고려해 3년에 한 번씩 측정한다. 세금은 예측 가능해야 하는데, 매년 평가하면 세금이 매년 널뛰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표 자체도 평가액 전액이 아니라 3분의 1로 나눠 정한다. 1억엔(약 10억3510만원)에 거래된 일반 주택용지 주택(토지+가옥)이라면 평가액은 대략 7000만 엔, 과표는 3분의 1인 2333만 엔이 된다. 과표에 1.4%의 세율을 적용하면 32만 엔(약 331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도시계획세는 평가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표로 삼아 0.3%의 세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지방은 도시계획세가 없다.

영국은 재산세율이 4.1%(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잉글랜드는 주택 가치를 A~H 총 8개 등급으로 정하고, 중간 등급인 D등급의 세액을 정해 D를 기준으로 각 등급의 세액을 차등 산정하는 방식을 쓴다. 주택 가치로 등급을 결정하지만, 주택 가치에 직접 세율을 곱하진 않기 때문에 주택 가치와 세액이 비례하진 않는 게 특징이다.

싱가포르는 재산세 평가액을 해당 부동산의 연간 가치로 매긴다. 기준은 인근 지역의 부동산 임대료를 따른다. 재산세율이 높아도 과표 자체가 낮기 때문에 역시 우리와 직접 비교가 힘들다. 예컨대 인근 주택의 월 임대료가 2500달러라면, 임대·유지·보수·관리에 드는 비용 1500달러를 제외하고 순수하게 벌어들이는 1000달러를 월 가치로 인정한다. 이를 연으로 환산해 1만2000달러의 가치를 매기고, 이를 과표 삼아 세율을 적용한다. 싱가포르는 가격에 따른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