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구매 열풍
30대 주부 A씨가 ‘엣지베베’를 비롯한 소셜미디어(SNS) 카카오스토리 기반 공동구매 업체 여러 곳에 빠져들어 총 2억500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 과정이다. 20대 여성 B씨는 “지인 소개로 가입했다가 부모님 돈과 병원비까지 6500만원을 날린 후 직장도 잃고 자포자기 상태”라며 “대출이나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 빚진 피해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 운영자는 2018년부터 SNS에 글을 올려 회원을 모집했다. 육아용품으로 시작한 공동구매는 이후 가전제품·골드바·상품권까지 판매 품목을 넓혔다. 금과 상품권은 배송 기간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3개월 뒤에 받으면 시가의 60~70%, 5개월 뒤에 받으면 40% 정도였다.
SNS 공동구매 피해 속출
분유·기저귀 싸게 넘기며 꾀어
고가품은 돌려막기 하다 잠적
사업자 등록 등 꼼꼼히 확인을
공동구매를 내세운 피해 사례는 한두건이 아니다. 2019년에는 ‘우자매맘’ 카페를 개설해 공구 명목으로 650명에게 100억원을 받아 가로챈 운영자 조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엣지베베와 마찬가지로 분유·기저귀·장난감 등 아이 용품에서 시작해 신뢰를 쌓은 뒤 고가의 가전제품, 상품권·골드바 등 고가의 상품 주문을 받고 잠적하는 수법을 썼다. 조씨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같은 유형의 사기가 아니더라도 유명 브랜드 의류나 신발을 공구한 다음 ‘짝퉁’ 제품을 보내거나, 미세모 칫솔 신제품을 개발해 배송한다고 자금을 모은 뒤 중국에서 300원에 팔리는 제품을 2500원에 배송하는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존재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SNS 플랫폼인 네이버 카페·블로그, 카카오스토리·카카오톡,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을 통해 이뤄진 상거래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3960건에 달했다. 피해 유형 중에는 ‘배송지연·미배송’이 2372건(59.9%)으로 가장 많았다. 구입일로부터 1년이 지나도록 제품을 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다음으로 계약해제·청약철회 거부 775건, 품질 불량·미흡 278건, 폐업·연락두절 229건 순이었다.
이런 피해를 근절하지 못하는 이유는 SNS가 전자게시판이지 전자상거래 사이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단톡방 등을 통해 이뤄지는 매매나 중고 거래를 규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다양한 이용자가 복잡한 경로로 거래하는 SNS 플랫폼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를 줄이기 위해 SNS 플랫폼의 거래 관여도 및 역할에 따른 책임 규정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 공구 사이트 관계자는 “일부 사기꾼 때문에 정식 판매자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식 홈페이지, 사업자 등록, 판매업 신고 등을 확인해야 사기 피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창우 기자, 윤혜인 인턴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