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41만명 접종 2주 후 확진 '0명'…"예방효과 100%" 의미는

중앙일보

입력 2021.04.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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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고령층에서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100%로 확인됐다고 발표하면서 관심이 쏠린다. 이를 두고 백신 접종이 확진자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걸 시사하지만, 관찰 기간이 길지 않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9일 국내 75세 이상 접종자에서의 코로나19 예방 효과 결과를 공개했다. 이 분석은 백신 접종군과 비접종군에서의 코로나19 발생 건수를 측정해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차례 접종했는데 효과 100%

접종 대상자 중 75세 이상은 389만6634명으로, 접종 전 확진된 6902명을 제외한 388만9732명 가운데 이달 14일까지 한 차례 접종한 이들은 41만3570명이었다. 이 중 코로나 확진자는 6명으로, 접종자 10만명당 발생률은 1.5명으로 조사됐다. 백신 종류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 1명(10만명당 0.6명), 화이자 5명(10만명당 2.0명)이었고 두 백신을 맞은 이들 모두에서 접종 후 14일 지난 후로 확진자는 없었다. 
 
반면 같은 기간 75세 이상 중 미접종자 347만6162명에선 확진자가 550명(10만명당 15.8명)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접종군과 미접종자의 발생률비(1-(접종자 중 10만명당 발병률/미접종자 중 10만명당 발병률))를 계산했을 때 예방 효과는 90.5%로 볼 수 있다. 2주 지난 후로는 접종자군에서 확진자가 없는 데 따라 효과는 100%로 확인됐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1분기 65세 미만 요양시설 등의 환자, 의료진 등의 7주간 확진자 발생률을 따져봤더니 접종 효과가 아스트라제네카 90.4%, 화이자 100%로 확인됐다.

20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어르신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잠시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앞서 화이자는 3상 임상시험 당시 예방 효과를 95%로 평가했는데 변수가 많은 실제 세계에서 더 높은 효력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해도 될까.
 
전문가들은 관찰 기간이 짧은 등의 한계를 고려해 신중히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1분기 접종자의 경우 접종 후 2주가 지난 뒤로 5주 정도 관찰할 기간이 있지만 2분기 접종자는 기간이 짧다. 최근 접종자일수록 2주가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백신 접종자는 접종 후의 기간만 관찰하고, 미접종자는 해당 시기 전체를 경험하게 돼 관찰 기간도 다르다”고 말했다. 접종군의 경우 대조군(비접종군)에 비해 코로나가 발생할 시간이 다소 충분치 않았을 수 있단 얘기다. 

20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화이자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관찰기간 짧아 한계”

정 교수는 “국내에서 최초로 제시된 백신 효과 연구로 최소한 백신 접종이 국내에서도 확진자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과장된 인상을 줄 수 있어 해석상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1분기 대상자의 경우 상당수가 의료진임을 감안하면 “미접종군보다 철저한 관리를 받거나 건강항태가 좋은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과 이스라엘에서의 효과를 보면, 접종이 확실히 코로나 감염 예방에 효과적이란 건 맞다”면서도 “잘 통제된 임상과 비교하면 연구 방법에 있어서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접종받은 사람과 아닌 사람이 동일하게 노출돼야 하는데 연령대, 성비, 행동 특성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비교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접종 후 두 달 정도 충분히 모니터링한 다음에 효능을 봐야 한다”며 “접종 직후 단기간에는 충분히 노출이 안 돼 환자가 생기지 않은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는 “백신의 효과를 눈으로 제시하는 연구는 신뢰도 향상에 크게 기여한다”면서도 “좋은 결과와 최고 조건의 수치만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더 정제된 결과를 제시하는 게 좋다. 많은 고려사항을 생략해 의도가 오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일 대전 중구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어르신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을 전용주사기로 신중히 옮기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주마다 분석해 공개 예정 

당국도 이와 관련, “이번 효과 분석은 대상자별 접종 후 관찰 기간의 차이를 보정한 결과가 아니며 접종 후 관찰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화이자는 빠른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 형성에 근접한 이스라엘에서 실제 접종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유증상 감염 및 중증 환자 발생, 사망 예방 효과가 97%로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무증상 감염 예방 효과도 94%였다. 그 이전 화이자가 임상시험을 통해 내놨던 예방 효과와 유사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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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단은 향후 백신의 예방 효과를 주간 단위로 분석해 공개할 방침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