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김기덕 품은 美아카데미영화박물관, 한국에도 러브콜

중앙일보

입력 2021.03.23 15:35

수정 2021.03.2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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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기생충’으로 아시아 최초 작품상 등 아카데미 4관왕을 차지한 봉준호 감독과 이창동‧김기덕 감독이 오는 9월 미국 LA에 개관하는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전시에 이름을 올린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23일 한국 취재진과 화상 간담회에서 “박물관 상설전에 한국말 오디오 가이드가 제공된다”면서 봉준호‧김기덕‧이창동 감독 작품 관련 전시를 개관전, 기획전 등에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계 스타 이소룡, 대만의 이안 감독, 일본의 미야자키 하야오‧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등 아시아 영화인들과 함께다.  

美아카데미 협회, 9월 영화 박물관 개관
'4관왕' 봉준호·김기덕·이창동 전시 포함

'다양성' 아카데미 박물관에 봉준호·이창동·김기덕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데이비드 제픈 상영관. [사진 이완 밴(Iwan Baan) 스튜디오/아카데미 박물관 재단 ]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부감. [사진 아카데미 박물관 재단]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숙원사업으로 건립 추진해온 미국 최대 예술‧과학‧영화제작 관련 박물관이다. 다음 달 25일(현지시간) 93회째를 맞는 아카데미 영화상의 역사와 더불어 세계 영화에 관한 소장품을 회원들과 더불어 수집해왔다. 
 
전시에 참여할 봉준호‧김기덕‧이창동 감독은 모두 아카데미상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 회원. 2016년 아카데미 영화상이 백인들 잔치란 논란이 거세지자, 아카데미 측이 다인종‧다국적‧여성 비중을 강화해 회원수를 전세계 1만여명으로 넓힌 과정에서 배우 송강호‧배두나‧김민희‧이병헌‧최민식, 박찬욱 감독 등과 더불어 회원에 위촉됐다.
 
한국 홍보사에 따르면 한국 감독들에 관한 자세한 전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빌 크레이머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디렉터 겸 대표는 향후에도 한국 창작자들에 관한 프로그램을 고려할 예정이라며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이 할리우드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에 관한 박물관임을 거듭 강조했다.


죠스·에이리언…세계 영화 소장품 빼곡

에일리언(Alien)(1979)의 괴물 두상, H.R. 가이거(H.R. Giger) 디자인.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소장. [사진 조슈아 화이트(JWPictures)/아카데미 박물관 재단]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1939)의 클로즈업용 루비 구두, 아드리안(Adrian) 디자인.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소장. [사진 조슈아 화이트/아카데미 박물관 재단]

할리우드의 새 거점으로 주목되는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에 참여한 2만7000㎡ 규모의 7층 짜리(지하 포함) 건물로, 영화관과 더불어 전시 및 교육‧대담, 아카데미 시상식 몰입형 가상 체험, 행사 등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된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SF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우주선 모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스릴러 ‘죠스’에서 유일하게 남은 원본 크기 상어 모델 주형, 리들리 스콧 감독의 괴수물 ‘에이리언’의 외계 괴물 두상, 오손 웰스 감독의 ‘시민 케인’ 주요 소품인 썰매(로즈버드) 등 전세계 영화에 관한 약 8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또 역대 영화사를 망라하는 영화 및 비디오 작품 25만점을 비롯해 사진 1250만여 장, 각본 9만여개, 포스터 6만여 장, 프로덕션 아트 13만여 점 등의 컬렉션을 확보했다. 

“브루스 더 샤크(Bruce the Shark)” 로스앤젤레스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설치작품. [사진 아카데미 박물관 재단]

 
재클린 스튜어트 최고 예술 프로그램 책임자는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이 “교육적인 공간의 의미가 크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한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또 최근 애틀란타 아시안계 총기 사망 사태를 의식한 듯 “공감과 관용, 혐오‧폭력에 대항하는 정신을 우리 사회와 전 세계적으로 고취해야 할 시기란 데 시급성을 느끼며 박물관에서 이러한 원칙을 고수하려 한다”고 했다.  

 

소피아 로렌 등 '최초' 여성배우 대담, 하야오 특별전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은 9월 정식 개관에 앞서 다음 달 22일 웹사이트를 통해 먼저 시작할 가상 관람 프로그램에서 오스카의 역사적 수상을 이뤄낸 배우 소피아 로렌(비영어권 영화 최초 여우주연상), 우피 골드버그(역대 두 번째 흑인 여우조연상) 등과 함께하는 대담 행사 ‘오스카 유리 천장 깨기’를 마련했다. 또 개관 특별전으론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전을 준비했다. 2003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더해 ‘이웃집 토토로’ 등 대표작 원본 이미지와 캐릭터 디자인, 스토리보드 등을 전시한다.  

프로덕션 이미지보드, 벼랑 위의 포뇨(2008)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프로덕션 이미지보드,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사진 스튜디오 지브리,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23일 전 세계 취재진을 위해 공개된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 화상 투어 영상에는 이사회 부의장인 이미경 CJ 부회장도 얼굴을 비쳤다. 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한 이 부회장은 지난해 ‘기생충’ 숨은 공신으로 조명받은 뒤 지난해 9월 이사회 의장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부의장에 선출됐다. 이날 영상에서 영어 이름 ‘미키 리(Miky Lee)’로 소개된 그는 “아카데미 박물관이 전세계 영화들과 영화 제작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우리에게 영화의 더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더없이 귀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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