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한 성과급에 뿔났다
영업이익 더 올린 반도체 지급률
다른 부문보다 낮자 불만 터져
사측 “성과급은 회사 고유 권한”
지난달 29일 성과급 지급 이후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사원들 사이에서는 “절반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었는데 보상이 미흡하다” “기준이 아리송하다”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에 사원대표 측에서 성과급 체계 개선을 정식 안건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사원대표 측은 “OPI 산정기준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지급 규모의 확대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성과급 제도를 체계화했다.〈그래픽 참조〉 특히 2013년 도입한 OPI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으로 꼽혀왔다. OPI는 연초에 목표했던 이익을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이내에서 개인별 연봉의 최대 50%를 지급한다.
겉으론 말 못하지만 내부선 ‘부글부글’
익명을 원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회 분위기상 겉으로 드러내지 못했지만 ‘부글부글 끓는다’는 게 내부 여론”이라며 “특히 SK하이닉스가 성과급 기준 공개를 요구한 게 자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도 “(사원대표가) 공정한 성과 측정과 초과이윤에 대한 합리적 배분이 논의될 시점이라고 판단한 듯하다”고 풀이했다.
진윤석 전국삼성전자노조위원장도 이날 중앙일보 전화 통화에서 “전자 계열사 내에서 오래전부터 OPI 산정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경영권과 관련한 문제’라며 선을 그어왔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다른 전자 계열사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세트(완제품) 부문으로 나눠 노사협의회를 열고 임금·복지여건 등을 결정한다. 사측에선 인사·노무담당자가, 노측에선 직원 투표로 선출된 70여 명의 사원대표가 참여한다. 이와 별개로 현재 4개인 노조와도 단체협상을 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한 바 있다.
“성과급은 일종의 영업기밀”
최승철 사람인 HR연구소장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성과급은 노사 간 합의사항으로 볼 수 없다”며 “특히 투자계획 등과 맞물려 있는 일종의 영업기밀에 해당해, 이를 자세히 공개하라는 주장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사원들에게 성과급 예상 지급률을 사전에 공지하고 있으며 개별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성과급 규모로 갈등을 겪던 SK하이닉스 노사는 이날 오후 “초과이익배분금(PS) 산정 기준을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안으로 바꾸고,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기본급 200%에 해당하는 우리사주를 발행한다”는 데 합의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그동안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두 배로 늘었는데 성과급은 지난해(연봉의 20% 격려금)와 같으니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해왔다. 최태원 SK 회장이 “연봉을 반납하겠다”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SK텔레콤에서도 파열음이 나왔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년 대비해 21.8% 늘어난 1조343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성과급을 현금과 주식으로 나눠서 받는 ‘구성원 주주참여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자사주를 받은 일부 직원들이 “지난해보다 액수가 줄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노조는 이에 박정호 최고경영자(CEO)에게 “구성원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준의 액수가 돼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박 CEO는 “사회적 가치가 잘 반영이 안 되고 있다. 회사의 성장과 발전,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