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을 여행가방에 감금해 숨지게 한 4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무거운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이준명 부장판사)는 29일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43·여)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보다 3년이 늘어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기각했다.
재판부 "엄마라고 부르던 피해자를 악랄한 범행으로 숨지게 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숨진 피해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학대하고 여행가방에 가둔 뒤 친자녀들과 가방에 올라가 뛰기도 했다”며 “피고인을 엄마라고 부르며 애정을 표시한 피해자를 악랄하고 잔인한 범행으로 숨지게 했다”고 판시했다.
대전고법 형사1부, 29일 항소심 선고공판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징역 22년 선고
1심에서 재판부에 12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던 A씨는 항소심에서도 10차례 반성문·호소문을 제출하며 참회의 뜻을 밝혔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지난해 6월 1일 낮 12시30분쯤 충남 천안시 서북구 백석동의 한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군(당시 9살)을 여행가방에 감금,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같은 달 29일 기소됐다.
친자녀와 가방에 올라가 뛰고 "풀어달라" 빌던 아이 방치
1심 재판부인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16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직후 검찰과 A씨 모두 ‘양형 부당’을 이유로 각각 항소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가방에 가두고 올라가 뛰고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 등의 행위가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피고인이 인식할 수 있었다”며 “피고인이 수많은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진정으로 참회하고 후회하는지 의심이 들고 일만의 측은지심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A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A씨가 B군을 좁은 가방(2개)에 장시간 감금한 점, 가방에 올라가 뛴 점, 가방을 테이프로 밀봉한 점, 이상 징후가 나타난 아이를 보고도 곧바로 119구급대에 신고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살인혐의를 적용했다.
검찰 "아동 대상 범죄로 엄벌 필요하다" 무기징역 구형
반면 A씨 변호인은 “(피고인이)살인의 고의가 없었는데도 1심 재판부가 사실을 오인했다”며 “학대 혐의는 인정하지만, 상습성과 고의성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된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 30여 건이 재판부에 접수됐다. 대부분 검찰의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는 내용이라고 한다. 1심에서도 2793명이 온라인에 서명했고 탄원서와 진정서가 재판부에 접수되기도 했다.
숨진 A군의 유족은 항소심 선고 직후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지만 1심보다 형량이 늘어나 다행”이라며 “피고인이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자신의 죄를 덮으려는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