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조항은 “때려서라도 자식을 바르게 키우겠다”는 말이 통하던 1958년 만들어졌다. 법원에선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이 조항을 부모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로 인정했다. 최근 아동 학대 범죄 사건에서도 가해 부모들이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돼 왔다. 지난해 발생한 ‘여행가방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나 ‘경남 창녕 여아 학대 사건’에서도 부모들은 “훈육을 다소 과하게 했을 뿐”이라며 이 조항을 앞세웠다.
친권자 징계권 없앤 개정안 통과
정부, 1년 반 전까진 폐지 신중론
국회 ‘정인이 사건’ 터지자 처리
하지만 쉽게 고치긴 어려웠다. 부모의 자녀 훈육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여론도 만만찮았다. 2019년 리얼미터·CBS 여론조사에서도 47%가 징계권 조항 삭제에 반대해 찬성(44.3%)보다 많았다. “자녀 훈육을 위해 현실적으로 체벌은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였다.
정부도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징계권 삭제를 반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 여행가방 아동 학대 사망 사건 등이 잇따라 발생한 게 영향을 줬다.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 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도 “민법의 징계권을 훈육으로 대체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21대 국회에서도 민법의 징계권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신현영·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민법에서 징계권을 삭제하자는 법안을 냈다. 징계권 대신 훈육권을 새로 만들자는 법안과 폭력적인 징계 방법을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이에 정부도 지난해 10월 13일 징계권을 삭제하는 법안을 국회로 보냈다. 이날은 정인이가 사망한 날이었다.
하지만 여야 정쟁이 가열되면서 개정안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법안 논의를 촉진시킨 건 지난 2일 다시 조명된 ‘정인이 사건’이었다. 의원들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이어나갔고 지난 6일엔 여야가 함께 정인이 방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법사위 법안소위에선 두 시간 만에 법안이 처리됐다. 결국 이번에도 여론이 국회를 움직인 셈이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