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잠룡’ 징역형 파장
김 지사는 항소심 선고 직후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나머지 절반의 진실은 대법원서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1심 유죄였던 두 가지 혐의 중 하나(공직선거법 위반)에 내려진 무죄 판단을 강조하며 나머지 하나(업무방해)가 최종심에서 뒤집어지길 기대한다는 의미였다. 그동안 법조계에선 사실심 마지막인 항소심 판단을 유·무죄의 분수령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했다.
이 대표 “대법원서 바로잡힐 것”
이 지사 “잘 수습되길 바란다”
야당 “대통령이 사과해야” 공세
내년 3월 8일 이전 대법 판결 땐
경남지사 포함, 재·보선에 영향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무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원이 유죄 실형을 내리면서 (김 지사의) 보석 취소가 안된 건 다른 사건에 비해 이례적”이라며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중요한 대선에서 최측근 인사가 대량으로 댓글을 자동 생산한 게 유죄가 된 데 대해 대통령이 사과하고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단식 투쟁으로 드루킹 특검법을 관철했던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야당의 댓글 조작을 의심해 형사 고발하며 시작된 것”이라며 “추 장관의 문제 제기가 여권의 자충수가 된 것으로, 여당이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법원이 두 가지 혐의 중 상대적으로 무거운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무죄를 선고해 향후 김 지사가 대법원 최종심에서 자연스럽게 전부 무죄를 받기 쉬워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지사도 수많은 혐의 중 가장 만만한 허위 사실 유포 혐의만 대법원에 올라갔고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국민의힘 당직자)는 주장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충분한 증거가 있음에도 선거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은 “원칙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보겠다”(정호진 수석대변인)는 원론적 입장을 냈다.
김 지사 실형 선고는 민주당 차기 대선 판도의 큰 변수 소멸을 의미한다.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에서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되던 김 지사가 사실상 낙마하면서 투톱 구도가 굳어지게 되면서다. 선고 전까지 “김경수가 살아온다면 대선후보로 누굴 지지할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던 친문 초선 의원은 선고 직후 통화에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낙연 체제가 당분간 안정적으로 순항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친문 세력이 김 지사 쪽으로 흩어지지 않고 이 대표를 지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최근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을 위해 당헌을 개정해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이 과정에서 당내 친문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 지도부는 또 한 명의 대선후보 낙마를 예상보다 침착한 분위기 속에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반면 ‘김경수 등판=이낙연 지지세 분산’을 기대했던 이 지사쪽엔 불리한 요소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각자의 유불리를 떠나 좋은 대선후보가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당 입장에서도 좋은 건데 김 지사의 유죄 판결은 당 전체의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은 내년 상반기 중 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구체적 시점이 3월 8일 이전이냐, 이후냐에 따라 4·7 재·보선의 범위가 달라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4·7 재·보선 대상을 ‘올해 3월 17일~내년 3월 8일에 비게 된 국회의원과 기초·광역단체장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내년 3월 8일 이전에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확정하면 경남지사 자리가 비게 돼 서울·부산시장과 함께 광역단체장 세 곳의 보궐선거를 한꺼번에 치르게 된다. 국민의힘 소속 경남 지역 의원은 “서울·부산에 이어 경남까지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비위로 인해 선거가 치러질 경우 야권엔 큰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시기 결정은 전적으로 사법부의 몫이다. 2000년 공직선거법(279조)에 ‘선거심에 대해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는 강행 규정이 삽입됐지만 대법원은 지난 20년간 이를 여러 차례 지키지 않았다.
오현석·심새롬·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