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후보 역시 중국을 견제하는 기조는 유지할 전망이다. 또 바이든 후보의 친환경 공약은 국내 전기차∙배터리∙신재생에너지 기업 등에 기회가 되겠지만, 법인세를 대폭 인상한다는 계획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될 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며 당분간 불확실성이 커진 점, 공화당이 상원의 과반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바이든 후보의 정책 입안이 어려워진 점 등도 변수다.
“트럼프 48%이상 득표…정책 큰 전환 없을 것”
따라서 중국 기업 화웨이에 납품 제한 요구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등 국내 전자 업체의 걱정도 바이든 후보 당선가 당선되더라도 풀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9월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효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와 삼성∙LG디스플레이 등에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다만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한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대한 매출이 줄어 한국 기업에 손해라는 시각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개정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원산지 기준을 강화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도 당분간 국내 기업을 압박할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완성차뿐 아니라 부품∙소재 조달에서도 미국산 비중을 높이라고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압박해 왔다. 미국 중산층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공약한 바이든 후보도 큰 틀에서 이 같은 방향을 수정할 것 같지 않다.
자동차 ‘압박’ 신재생에너지 ‘기회’
바이든 후보가 2050년까지 탄소 배출 ‘제로’를 공약한 만큼 국내 기업의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에너지 제품 등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바이든 후보가 전 국민 대상 의료보험인 ‘오바마 케어’의 부활을 선언한 만큼 상대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들보다 싸게 복제약을 만들 수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의 약진도 기대된다.
이밖에 최근 늘고 있는 무역수지 흑자로 인해 미국이 한국에 수입을 늘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점, 달러 약세 기조가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점 등이 우려된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쳤지만, 바이든 후보는 미국 중산층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공약했다”며 “바이든 후보가 국제규범과 다자주의를 내세웠지만 실제로 자유무역을 주장하기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큰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밸류 체인 다변화 등 기존의 전략을 잘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트럼프 대통령 재선의 경우보다 한국의 수출과 경제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바이든 후보가 인프라 투자와 재정지출에 더 적극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보고서는 “미국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p) 높아지면 한국 수출 증가율에는 2.1%p, 경제성장률에는 0.4%p의 상승 동력으로 작용한다”며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트럼프 재선보다 바이든 당선 때 한국의 수출 증가율 동력은 연평균 0.6%~2.2%p, 경제성장률 상승 압력은 0.1~0.4%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우∙김영주 기자 bla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