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법’을 구하라
우리나라의 민법은 ‘그렇다’고 답한다. ‘어느 가족’의 막내가 불행한 사고를 당한다면 가정폭력을 일삼던 친부모가 보상금을 받게 된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씨의 경우 20여 년 전 가출했던 친모가 유산 상속을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천안함, 세월호 등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다. 20대 국회에서 부모가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 상속 자격을 제한하는 일명 ‘구하라법’ 도입을 추진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구씨의 친오빠는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호소했다. 반대로 자녀가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도 문제다. 실질적으로 왕래가 끊긴 자식이라도 있으면 기초생활보장제의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다. 자식들 눈치가 보인다며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지내던 노년의 재혼 부부는 배우자가 떠나도 법률혼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로 재산을 나눠 받지 못한다.
민법 제정 60년 사회 크게 달라져
‘정상 가족’ 의미 다시 정립할 필요
지난 국회 폐기한 법 재논의 움직임
혈연은 ‘천륜’이라서 끊을 수 없다는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부모가 자녀를,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시대도 지났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접수된 부모 부양 관련 상담 건수는 10년 전 60건에서 지난해 119건으로 늘었다. 박소현 법률구조2부장은 “노부모 부양을 회피하는 다른 형제들에게 부양의무를 나눌 수 있는지, 가출이나 이혼 등으로 자신을 양육하지 않았던 부모에 대해서도 자신이 부양의무를 져야 하는지 등을 물으러 오는 발길이 잦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민법 제정 후 60년 동안 달라진 사회의 모습을 법 개정을 통해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