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AR·AI·빅데이터 융합한 ‘에듀테크’ 시장, 5년 뒤 3420억 달러

중앙일보

입력 2020.05.02 00:31

수정 2020.05.02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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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온라인 개학 실험 

VR(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한 학습을 체험 중인 모습. [사진 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우리나라 교육의 디지털화를 앞당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명성에 비해 최근 온라인 교육 분야에서는 혁신이라고 부를만한 진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0년대 초반 인강(인터넷 강의)으로 대표되는 ‘이러닝’이 등장했다. 정부는 2004년 이러닝(전자학습)산업발전법을 제정하는 등 발 빠르게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후 이러닝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과 융합한 ‘에듀테크’로 진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이러닝진흥위원회는 3개년 계획인 ‘제3차 이러닝 산업 발전 및 이러닝 활용 촉진 기본계획’을 2017년 발표했다. 여기에는 초·중·고 공교육 분야에서 이러닝 활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 담겼지만, 최근 온라인 개학을 통해 드러난 실정은 여전히 허점이 많았다.

K에듀로 해외 시장 공략하려면
학교서 민간 콘텐트 활용할 필요

G메일 계정 못 만드는 교사도
온·오프 ‘블렌디드 러닝’ 대비해야

지난해 12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발간한 ‘인공지능 기반 에듀테크 기업 및 서비스 동향’은 우리나라 교육 분야가 “공공성 추구라는 정책 기조로 인해 우수한 민간 기술과 도전적 자본이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에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교육시장 분석업체 홀론아이큐(HolonIQ)는 올해 1분기 에듀테크 시장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가 30억 달러에 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은 높은 교육열과 1가구 1자녀 제도 폐지 등으로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며 전 세계 투자의 50% 이상을 차지했고, 미국(20%)·인도(10%)·유럽(8%)이 뒤를 이었다. 2025년 세계 에듀테크 시장은 342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홀론아이큐는 “교육의 디지털화 속도는 의료 분야를 넘어설 것”이라며 “에듀테크와 원격 학습에 대한 투자는 코로나19로 인한 당장의 혼란을 완화할 뿐 아니라 더욱 개방적이고 유연한 교육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국내 사교육 업체들도 에듀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분주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이 회원 확보 등 저변 확대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교육은 초등 스마트학습 프로그램인 ‘와이즈캠프’의 3월 신규 결제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185% 증가했고, 중등 인강 사이트 ‘수박씨닷컴’은 2월 신규 회원 가입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늘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클래스팅도 3월 신규 가입 교사회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었고, 이용자들의 사이트 활동량도 지난달 온라인 개학 이후 30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듀테크 기업들은 ‘K에듀(한국형 미래 교육 모델)’가 발전하려면 공교육이 민간 분야의 콘텐트와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준우 비상교육 에듀테크컴퍼니 대표는 “학교 선생님들이 민간 콘텐트를 쓸 수 있어야 기업 간 경쟁이 일어나고 발전해 더 좋은 콘텐트가 나오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의 벽이 허물어지는 블렌디드(Blended) 러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이 보편화되면 그에 따른 교원 능력 제고와 교육과정 개편,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이 뒤따라야 한다. 정미애 대구 대진고 교사(계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면서 어떤 분들은 G메일 계정을 만드는 것조차 힘들어할 정도로 교사들 간 격차가 나타나기도 했다”면서 “교사들도 블렌디드 러닝을 위한 수업의 질을 고민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듀테크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전통적 교육 방식에 VR·AR·AI·빅데이터 등 ICT 기술을 융합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학습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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