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아홉 번째 이야기는 '범죄와 나이, 생물학, 문화'입니다.
미국의 10대 범죄 뉴스 반나절 분량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⑨범죄와 나이, 생물학, 문화
피해자의 할아버지는 소년을 성인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해 6500건 이상의 서명을 받았죠. 반면 소년의 부모를 비롯한 측에서는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하며, 재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하이오주 매리에타에서는 지난달 17세 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16세·17세 소년 두 명이 체포됐다고 AJC 뉴스가 6일 보도했습니다. 10대부터 갱이 되는 길로 들어선 셈입니다.
◇텍사스 경찰은 14세 소녀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혐의로 16세 소년을 체포해 청소년 구금 시설로 옮겼다고 밝혔습니다. 피플지에 따르면 두 10대는 마리화나를 거래하기 위해 만났다고 합니다.
◇데일리 헤럴드에 따르면 미국 유타 주 이글 마운틴에서는 18세 형을 칼로 수차례 찌른 16세 동생이 중범죄(2등급 중죄) 혐의로 5일 체포됐습니다. 14살짜리 여동생을 때리는 형을 말리려는 과정에서 팔과 가슴, 등을 찌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칼에 찔린 형은 아동 학대 경범죄로 기소됐고요.
'10대 범죄'로 구글링을 하면 경악할만한 숱한 뉴스가 나옵니다. 위에 열거한 뉴스는 한국 시간으로 9월 7일 오전 발행된 것들 중 일부만 소개한 겁니다.
10대는 범죄 저지르기 쉬운 나이?
미국의 대법원은 2005년 미성년자에 대한 사형을 금지했습니다. 사춘기의 두뇌는 가속 페달만 있고 브레이크는 없는 자동차와 같으며, 강력한 충동으로 인해 통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믿음의 영향이 컸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생물학적 이유가 아닌 '문화'가 십대들의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는 펜 주립대학의 연구가 나왔다고 뉴스위크, 퓨처러티 등이 보도했습니다. 연구진은 타이완과 미국 두 나라의 범죄와 나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는데, 10대에 피크를 기록하는 미국과 달리 타이완은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의 인구당 범죄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펜 주립대학의 대럴 스펜스마이어 교수는 "미국처럼 개인주의적인 경향이 있는 나라는 범죄율이 10대 중후반에 피크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다"고 퓨처리티에 말했죠.
타이완의 10대 범죄율이 낮은 까닭은
연구진은 나이 보다는 오히려 문화적 규범이 범죄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타이완은 개인주의적인 서구사회와 달리 세대간 갈등이 적고, 집산주의(collectivism) 문화가 남아있습니다. 부모들은 자녀를 적극적으로 감독하며, 10대들도 자칫 엇나갔다가는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는 걸 인식하고 있어서 허튼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구에 참여한 윤메이 루 연구원은 "타이완 10대는 상대적으로 자율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적고, 어른들의 규율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서 "좋은 학교에 다니거나 좋은 직장을 구하는 등의 장래의 성공에 (범죄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죠.
그래서 학부모 및 학교의 감독이 줄어들며 18세 이후에는 비정상적이거나 범죄적인 메시지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고, 20대 후반에는 범죄율이 피크를 기록하게 된다는 건데요. 공동연구자인 후아 종 홍콩 중문대 사회학 부교수는 "유교적 문화와 철학, 사회가 청소년을 성인 세계로 통합시키는 방법도 범죄 패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한국은 40~50대가 범죄 발생비 최고
대검찰청 '2016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소년 강력범죄중 흉악범죄의 발생비는 2006년 소년 인구 10만명 당 16.4건에서 시작해 2012년 39.8건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감소세에 접어들어 2015년에는 28.2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도 10년 전에 비하면 71% 증가한 상태네요. 흉악범 뿐 아니라 재산범·폭력·절도 등 전체 범죄를 포함하면 2015년 18세 이하 인구 10만명 당 범죄자는 737.4명으로 10년 전에 비하면 36.4% 증가했고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범죄 발생비가 가장 높은 연령대는 2015년 기준 41~50세(10만명 당 5560건)입니다. 18세 이하의 7.5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10대는 다른 모든 연령대에 비해 가장 범죄 발생비가 낮습니다. 10대 다음으로 낮은 건 61세 이상(10만명 당 2073건)인데요, 이 연령대는 10년 전(1192건)에 비하면 거의 두 배로 뛰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연령대 중 18세 이하만이 '나이'를 이유로 처벌을 덜 받는 건 사실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등에서도 이는 논란거리입니다.
한꺼번에 풀려나온 소년 종신범
연방법원이 지난해 소년범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는 건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린 뒤에 가장 큰 규모로 풀려나온 겁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소년범은 이들을 포함해 총 517명입니다. 이제 50대~60대가 된 이들은 식료품점 계산원, 조리사, 중독 상담원, 변호사 보조원 등의 역할을 찾아 지역 사회에 조용히 스며들었다고 합니다.
죗값, 몇년이면 충분할까
인콰이어러는 70명 중 아직까지 재범을 저지르거나 가석방 규정을 어긴 경우는 단 한명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적어도 30년 이상 수형생활을 하고 나온 터라 지역사회의 반발도 적다고 합니다. 이들의 사회 복귀 실험이 성공해야 평생을 감옥에 갇혀있는 나머지 400여명의 가석방 여부도 결정되겠죠.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범인에게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했습니다. 우리나라 소년법에서 가능한 최고 형량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고, 가석방될 가능성도 있지요. 몇 년이면 죗값을 치르기에 충분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