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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 1인자의 네 발 달린 친구, 백악관 퍼스트펫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두번째 이야기는 백악관의 요직 중 요직인 '퍼스트 펫'입니다.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세계뉴스] #②미국 백악관 반려동물의 역사

아시다시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통의 미국 대통령은 아닙니다. 기행과 막말을 차치하고도 공식 이력과 기록에서도 그는 남다른데요. 일단 그는 공직은 물론 군 경력도 전무한 워싱턴의 완벽한 아웃사이더입니다. 만 70세에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으로 취임했고요. 전체 득표율에서 뒤지고도 당선된 단 두 명의 대통령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인단 제도는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선거에 패배하는 모순된 결과를 만듭니다.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앨 고어 당시 민주당 후보보다 적은 표를 받고도 승리했죠.)

그리고 또 한 가지가 더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150여 년 만에 등장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입니다.

백악관 퍼스트 펫, 150년 만에 공석  

150년 만에 등장한 개를 키우지 않는 미국 대통령, 도털드 트럼프, [AP=연합뉴스]

150년 만에 등장한 개를 키우지 않는 미국 대통령, 도털드 트럼프, [AP=연합뉴스]

지난 17일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엔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공석으로 남은 백악관 핵심 보직: 퍼스트 펫’.
미국에 있는 대통령 반려동물 박물관(presidential pet museum)’의 자료를 인용한 보도였습니다.

박물관 홈페이지는 역대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키웠던 동물들을 자세한 기록으로 남겨두고 있는데요. 역대 미국 대통령 44명 중 41명이 백악관에서 반려동물을 키웠습니다. 공화·민주 당적에 관계 없이 동물을 사랑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이 좀 더 동물애호가였다고 할 수 있겠네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은 1인당 평균 6마리, 공화당 출신 대통령은 평균 9마리를 키웠다니까요.

그리고 단 3명, 동물을 키우지 않는 대통령에 트럼프가 포함됩니다. 나머지 2명은 제임스 포크(재임 기간 1845~1849년)와 앤드류 존슨(1865~1869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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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44명 중 32명 개 키워...호랑이·불곰도 

2013년 8월 백악관 정원에서 반려견 써니와 놀아주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써니의 견종은 포르투갈 워터독이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2013년 8월 백악관 정원에서 반려견 써니와 놀아주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써니의 견종은 포르투갈 워터독이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반려견 버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이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반려견 버디. 래브라도 리트리버종이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반려묘 '인디아'. 2007년 할로윈 때 촬영한 사진이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반려묘 '인디아'. 2007년 할로윈 때 촬영한 사진이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반려동물 천국인 미국의 대통령답게 이들이 키웠던 동물은 다양합니다. 물론 최고의 인기 반려동물은 개입니다. 32명의 전직 대통령이 한 마리 이상의 개를 키웠습니다. 고양이·말·새도 손꼽히는 단골 반려동물이구요.

이색적인 동물을 키운 대통령도 여럿입니다. 토머슨 제퍼슨(1801~1809년)은 불곰을 2마리 키웠고, 존 퀸시 애덤스(1825~1829년)는 백악관 화장실에서 애완용 악어를 키웠습니다. 마틴 밴 뷰런(1837~1841)은 오만 왕국에서 선물 받은 새끼 호랑이 2마리를 키웠고요. 하지만 결국 이 호랑이들은 의회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동물원으로 보내졌죠.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1909~1913년)는 백악관에서 소를 키운 마지막 대통령입니다. ‘폴린 웨인’이라는 이름의 젖소를 키우면서 매일 신선한 우유를 짜서 마셨다고 하네요.

백악관을 동물원으로…루즈벨트 대통령

백악관 반려동물 역사의 획을 그은 이는 시어도어 루즈벨트(1901~1909)입니다. 야외활동을 즐기는 환경보호주의자로 유명했던 그가 재임할 때 백악관은 동물원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총 50마리의 동물을 키웠는데, 일단 개 6마리, 말 11마리, 닭·앵무새 등 새 6마리, 고양이 2마리를 ‘평범한’ 반려동물로 키웠습니다.

돼지·사자·하이에나·코요테·도마뱀·라쿤 등도 그가 키운 반려동물 목록에 포함됐고요. 루즈벨트는 이 많은 동물을 관상용으로만 키운 게 아니었습니다. 기니피그 5마리엔 각각 ‘듀이 제독’ ‘존슨박사’ ‘밥 에반스’ ‘돈 주교’ ‘오그래디 신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애정을 쏟았습니다. 지지자에게 선물받은 아기 곰엔 ‘조나단 에드워드’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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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로 키웠던 라쿤 '레베카'를 안고 있는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쿨리지 전 대통려은 '레베카'의 백악관 입성을 기자회견 중 발표했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반려동물로 키웠던 라쿤 '레베카'를 안고 있는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의 부인 그레이스. 쿨리지 전 대통려은 '레베카'의 백악관 입성을 기자회견 중 발표했다.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다람쥐 '페페'와 윌리엄 하딩 전 대통령(왼쪽). 벤자민 해리슨 전 대통령이 반려동물로 키운 주머니쥐.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다람쥐 '페페'와 윌리엄 하딩 전 대통령(왼쪽). 벤자민 해리슨 전 대통령이 반려동물로 키운 주머니쥐. [대통령반려동물박물관]

이처럼 역대 대통령들이 동물을 키웠던 건 마음의 의지가 필요했기 때문일 터입니다. 최고 결정권자의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는 유일하고 더할 나위 없는 친구가 동물인 거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도 언론에 새 나갈 일도 없고요.

실제 해리 트루먼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워싱턴에서 친구를 원한다면 개를 키워라”

그래서 ‘러시아 내통설’로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이코노미스트의 조언도 다음과 같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네 발 달린 친구를 찾을 때인 것 같다.”

'견생역전' 퍼스트 독 '문토리'

‘한국에 새로운 퍼스트펫이 생겼다!’
미국 백악관 반려동물 박물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새 반려견 토리의 이야기도 전했습니다.
박물관 측은 “2년 전 개 농장에서 구출된 믹스견 토리는 검은 개에 대한 편견 탓에 입양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또 다른 퍼스트 펫인 풍산개 마루, 고양이 찡찡이와 함께 청와대 생활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죠.
유기견에서 ‘퍼스트 도그’로 견생역전을 이룬 토리의 이야기는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BBC는 입양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의 개고기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도했고, 로이터통신도 문 대통령이 유기동물 입양 활성화라는 공약을 지켰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토리.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토리. [중앙포토]

그런데 최근 토리는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지난 5일 임종석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이 불씨가 됐죠. 토리가 청와대 마당에서 묶인 채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임 실장이 공개한 토리의 모습은 “폭염에 실외에서 묶어 키우냐” “대통령 무릎 베고 살 줄 알았는데…” 같은 지적과 아쉬움을 낳았습니다.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토리를 입양 보낸 동물단체는 청와대의 확인을 거쳐 “산책하기 위해 나왔을 때 찍힌 사진”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튿날엔 문 대통령이 직접 “토리는 아주 예쁘고 사랑스런 개”라며 소식을 전했고요.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앞으로도 토리의 일상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것 같습니다. 모쪼록 퍼스트 펫의 청와대 생활이 반려동물 문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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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그래픽=신아영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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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세'는 중앙일보 국제부 기자들이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재미있는 다양한 세계뉴스를 가져다 요리해 내놓는 코너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이나 주제 제안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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