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 출신의 김나래 셰프는 서울‧괌‧베트남의 특급 호텔의 레스토랑을 두루 거쳐, 2018년 프랑스에 둥지를 틀었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프랑스 구떼’ 프로모션차 한국을 찾은 그를 중앙일보가 처음 만났다.
- 고에미요 ‘올해의 제과사’에 뽑혔다.
- 언어 문제도 있고, 문화도 달라 프랑스에서 일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거 같아 기쁨이 더 크다.
-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인다는 평이 많다.
- 일상이나 여행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녹인다. 지난해에는 보석 부티크가 모인 파리 방돔 광장을 테마로 케이크를 만들었다. 부활절 시즌에 내놓은 달걀 디저트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영감을 얻었다.
-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겠다.
- 소스 하나 끓이는 데 12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과일 조림도 많이 활용하는데, 과일에 설탕 시럽을 입히고 졸이는 과정을 보통 5일 동안 반복해 만든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요소지만, 그런 정성이 맛의 차이를 만든다.
- 요리는 언제 시작했나.
- 당진에서 자랐다. 중학교 3학년 때 동네에 제빵학원이 생겼는데 그때 호기심에 시작했다. 그때 처음 배운 메뉴가 슈크림 빵이었다. 원래 클라리넷을 전공 했었는데, 음악보다 빵이 더 적성에 맞았다.
- 특급호텔의 헤드셰프(제과장) 자리를 놓고 2018년 불쑥 프랑스로 향했다.
- 어려서부터 디저트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더 늦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서른을 앞두고 프랑스 행을 결심했다. 주변의 반대도 많았다. “아시아에서 커리어 잘 쌓고 왜 거기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했다.
서울에서도 김나래 셰프의 디저트 메뉴를 맛볼 기회가 생겼다. 파크 하얏트 서울의 ‘더 라운지’에서 오는 11일부터 4월 21일까지 이어지는 ‘프렌치 구떼’ 프로모션을 통해서다. 김나래 셰프가 개발한 금귤 조림, 꿀벌 화분 아이스크림, 제철 과일 타르트 등을 다양한 프랑스 전통 간식과 함께 내놓는다. 김나래 셰프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프랑스 대표 디저트들로 메뉴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 요리 철학이 있다면.
- 무엇보다 맛이다. 비주얼은 그다음이다. 타인 취향이나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맛과 색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배들에게도 뭐든 쉽고 빠르게만 하려 들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라고 강조한다. 요리는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이 아니다.
- 파리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 아침 10시에 출근해 자정 무렵 퇴근한다. 메뉴 개발에 많은 시간을 쏟는 편이고, 마지막 손님이 뜰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 프랑스 사람들은 다 하루 7시간만 일하고 노는 줄 알았는데, 나를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겪는 설움은 없었는지.
- 아시아에서 왔고, 피부가 희지 않다는 이유로 주로 ‘시누아(중국인)’ ‘심슨(애니메이션 캐릭터)’이라고 불렸다. 나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팬데믹 때는 엘리베이터에 같이 안 타려고 뒷걸음질한다거나,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말도 여러 번 들었다. 사실 지금도 인종차별에서 아주 자유로운 건 아니다.
- 잘 참고 버티는 노하우가 있나.
- 너희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하며 털어 버린다. 남의 시선보다 내 꿈과 일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