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제친 비결 ‘품질 뚝심’
현대차 연구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기름밥’을 먹어본 재벌 2세입니다. 1970년 현대차 첫 서비스센터에서 부품과장으로 일을 배우며 직접 미션도 뜯어봤지요. 그래서 그의 ‘품질회의’는 부품까지 콕 집어가며 따지는 야전회의였습니다. 정몽구의 ‘품질 뚝심’은 도요타를 추월하는 현대차 정신의 주력 엔진이 됐습니다.
2004년 5월 뉴EF 쏘나타가 미국의 품질조사기관 JD파워의 품질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자 미국의 유력 자동차 매체는 이렇게 보도했다. 당시만 해도 ‘일본 차 아류’쯤으로 취급받던 현대차에 대한 이례적 평가였다. 시장은 삼성전자가 소니를 물리친 것에 비견하며 떠들썩해 했다. 하지만 현대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 공기’는 냉랭했다. 정몽구(현 명예회장) 현대차그룹 회장이 그해 6월 ‘위기경영’을 선포하면서다. 그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아니, 다그침에 가까웠다. “잘나갈 때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도요타를 따라잡자. 우선 도요타를 배워라.”
정 명예회장의 지시는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실행됐다. 현대차 임원들은 도요타를 분석하는 세미나, 포럼 등을 사실상 매주 열면서 도요타의 생산·노사·연구개발 등 전 분야를 대상으로 ‘열공’에 돌입했다. 기획총괄본부 산하에서 직접 『도요타의 신성장 전략』을 펴내거나 ‘도요타 웨이’를 분석한 자료가 연구소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공유됐다. 그리고 20년 후인 2023년, 현대차그룹은 실적 면에서 사상 처음으로 도요타를 뛰어넘었다.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조4667억원으로 도요타(6조2087억원)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전기자동차로 승기를 잡은 현대차는 도요타를 완전히 넘어설 수 있을까. 일본 자동차 연구의 일인자로 꼽히던 고바야시 히데오 와세다대 명예교수는 2011년 펴낸 『현대가 도요타를 이기는 날』에서 이렇게 예견했다. “현대차는 도요타를 포함한 무엇이든 받아들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현대적’ 제조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만만치 않은 상대로 성장했다.” 현대차 전직 고위 관계자의 얘기는 이와는 결이 다르다. “아직도 도요타는 높은 산입니다. 예컨대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관련 특허만 1000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요. 말 그대로 미래 기술 덩어리입니다. 도요타뿐 아니라 현대차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