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있는 죽음 선택할 권리 논쟁
2018년 ‘연명 의료결정법’을 도입한 국내에서는 5년 만에 26만 명이 연명 의료 중단으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사전의향서는 160만 명이나 썼죠. 연명 의료 중단은 약물 주입으로 죽음을 앞당기는 안락사와는 다릅니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능동적 형태인 존엄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캐나다는 2016년부터 의사조력 사망(MAID) 제도를 운용했는데, 한 장례식장이 ‘안락사·장례 턴키 서비스’를 내놔 난리가 났습니다. 700달러(약 70만원)면 안락사부터 화장·장례까지 한번에 해준다는 겁니다. 이 ‘상품’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현지 신문조차 상반된 논조의 칼럼을 내보냈을 정도였습니다.
소득에 따른 ‘안락사 쏠림’은 첨예한 논쟁거리입니다. 도입 초기엔 안락사가 사회·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이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아 생명을 끊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실증 연구 결과는 그 반대입니다. 고소득·고학력일수록 안락사를 택했습니다. 2018년 스위스에서 3941건(2003~2014년)의 조력 사망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가 주로 고학력 부자 동네 사람들이었습니다. 2007년 미국 오리건주·네덜란드의 협업 연구 결과도 비슷합니다.
원인은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조력 사망을 고민할 만큼 오래 살 겁니다. 여행 경비(‘자살관광’의 경우)나 의료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스위스에서 안락사하는 데 비용이 2만 달러(2600여만원)나 필요하다는 2019년 보도도 있었습니다.
벨기에(2014년 도입)와 네덜란드(올해 4월)를 빼면 대부분 미성년자는 안락사 대상에 포함하지 말자는 쪽입니다. 캐나다와 미국 오리건주는 성인만이 대상입니다. 안락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사자의 의사입니다. 조력 사망을 허용한 나라도 사망 직전까지는 당사자가 결정을 번복할 수 있게 합니다. 판단이 미성숙한 어린이의 안락사는 복잡한 논의를 더 거쳐야 합니다. 부모가 법적인 대리인이라고 해도 생명권 문제를 대리로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캐나다는 2021년 ‘원칙적’으로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자도 조력 사망을 신청할 수 있게 했습니다. 2년간 충분한 평가체계를 마련토록 해 당초 올해 3월 법을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반발이 거세자 내년 3월로 시행을 또 미뤘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안락사 문제의 핵심은 삶과 죽음에 있어 진정한 선택의 자유가 뭔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죽음 얘기라서 우울해지나요. 존엄사의 다른 측면에 관한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존엄사협회 최다혜 협회장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조력 사망 제도를 도입하자 삶의 의지를 보이는 말기 환자가 늘었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고 합니다. 원할 때 삶을 끝낼 수 있게 된 환자들이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으니 오늘 하루 견뎌 보자”고 한다는군요. 어쩌면 안락사는 인간 자유의지를 시험하는 결정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World View(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19)
고령화 사회 ‘죽음을 결정할 권리’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스위스뿐이 아닙니다. 2016년부터 ‘의사조력사망’ 제도를 도입한 캐나다에선 최근 700달러짜리 ‘원스톱 안락사’ 상품이 나와 거센 공방이 펼쳐졌습니다. 존엄사를 둘러싼 첨예한 윤리적·법적 쟁점과 각국 사례를 정리했습니다. 더중앙플러스의 ‘월드뷰(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19)’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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