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어선 판매
생계를 위해 계속 배를 타고 싶었지만, 선원을 구하기 어려웠다. 또 3주에 한 번씩 도시에 있는 병원에 가야 해 어쩔 수 없이 배를 팔기로 했다. 지난해 7월 1억9000만원에 배를 내놨는데 9개월 동안이나 팔리지 않았다. 시세보다 2000만원을 낮췄더니 겨우 팔렸다.
그는 배를 팔고 나서 다른 배에서 선원으로 일하고 있다. 박씨는 “지역에 사람이 없다 보니 선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요즘 혼자서도 조업이 가능한 1t급 문어배만 선호하다 보니 배를 파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매년 '40명씩' 어민들 바다 떠나
이처럼 선원을 구할 수 없다 보니 상당수 어민이 이른바 ‘나 홀로 조업’에 나서고 있다. 실제 이 시기 고성군 어선 수는 699척으로 총 어업종사자 수(782명)와 큰 차이가 없다. 배도 5t 미만 소형 선박이 578척이다. 여기에 고령화도 심각해 782명 중 64%(500명)가 60대 이상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고령 어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나 홀로 조업을 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5t급 어선으로 조업을 하던 김모(68)씨도 최근 나 홀로 조업을 위해 배를 바꿨다. 그는 올해 초 배를 팔고 1.6t급 문어배를 샀다. 오랜 기간 함께 합을 맞춰 온 선원이 건강상 이유로 그만둔 뒤 새로운 선원을 구하지 못해서다. 외국인 선원을 써볼까도 고민했지만, 인건비에 숙식까지 제공하려면 나가는 돈이 많아 포기했다.
김씨는 “선원이 있을 땐 몸이 아파도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하고 인건비 부담도 컸다”며 “문어배를 탄 뒤부터 혼자 조업을 하니 오전 4시에 나가 오전 10~11시 사이에 들어올 수 있고 몸이 아프면 쉴 수도 있어 마음이 편하다. 요즘 누가 힘든 뱃일을 하냐”고 말했다.
대진항 '나 홀로 문어배' 100척 넘어
고성에서 가장 규모가 큰 거진항도 상황이 비슷하다. 거진어촌계에 따르면 거진항에서 조업을 나가는 문어배는 130척 정도다. 10년 전 50척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80척 이상 늘었다. 비슷한 기간 29t 이상급 오징어잡이 배는 60척에서 10척 수준으로 줄었다고 한다.
금강산 관광 중단도 인구 감소에 영향
어민뿐 아니라 고성군 전체 인구는 10년 사이 10% 이상이 줄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3만398명이던 이 지역 인구는 2018년 2만8144명으로 3만명대가 붕괴했다. 이후 점점 줄어 지난 4월 말 기준 2만7157명으로 3241명(10.7%)이 줄었다.
고성군 인구 감소는 금강산 관광 전면 중단 영향도 한몫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당시 53ㆍ여ㆍ서울)씨가 북측 초병에게 총격을 받아 숨졌다. 정부는 다음날인 12일부터 금강산 관광을 전면 중단했다. 이후 고성군 최북단 마을부터 붕괴하기 시작했다. 고성군에 따르면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2012년까지 5년간 고성군에서 휴ㆍ폐업한 업소는 386곳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소멸 지역 문제점 중 하나로 산업 구조가 과거 방식에만 머물러 있어 신규 고용 창출 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소멸을 해결하려면 기존 산업 구조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 소멸을 막으려면)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 자원을 바탕으로 농·어업과 특산품 제조가공(2차산업)·유통판매, 문화, 체험, 관광, 서비스(3차산업) 등을 연계한 6차 산업을 넘어야 길이 보일 것”이라며 “지역에 특화된 산업 규모를 대형화·집단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