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WBC 돋보기] 김원중-정철원의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중앙일보

입력 2023.03.12 16:26

수정 2023.03.1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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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패를 안은 한국 선수들이 경기 초반부터 꼭 이기기 위해 심기일전한 모습을 봤다. 타자들은 짧게 짧게 콘택트 위주의 타격을 하면서 찬스를 이어가는 데 집중했는데, 그 점이 주효해 1회부터 점수를 많이 뽑을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대량 득점으로 밀어붙이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본다. 
 

12일 체코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한 박세웅. 연합뉴스

 
선발 박세웅(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0일 일본전부터 좋은 피칭을 했다. 그 기세가 체코전까지 이어졌다.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100% 해줬고 최고의 피칭을 해줬다. 박세웅은 국내 리그에서 뛸 때도 공격적인 투구 패턴이 장점이었고, 여러 면에서 충분히 좋은 자질을 보여준 투수다. 체코를 상대로도 초반부터 포수 양의지와 함께 변화구 위주로 볼배합을 하다 직구를 보여줘 카운트를 잡는 등 영리한 경기 운영을 했다. 로케이션이 잘 된, 좋은 공들이 잘 들어간 것 같다.  
 
자신감도 뒷받침됐다. 1회 말 피칭하면서 체코 타자들이 자신의 공을 잘 따라오지 못한다는 걸 느낀 것 같다. 그 후 확신이 생겨서인지 더 자신 있게, 공격적으로 상대하는 모습을 봤다. 여러 모로 좋은 투구였다.  
 

호주전과 일본전에 이어 11일 체코전에도 등판한 김원중. 뉴스1

 
불펜 김원중(롯데)과 정철원(두산 베어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둘 다 호주전, 일본전에 이어 체코전까지 3경기 연속 등판했다. 나올 때마다 잘 막은 건 아니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 올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결과에 아쉬움이 남는다 해도, 이들의 수고는 야구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칭찬해 주고 싶다.  


사실 이번 대회는 마운드 운영 문제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특히 일본전에선 이강철 감독의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국 대표팀의 젊은 왼손 투수들은 대부분 대회 개막 전 한국·일본 팀들과의 평가전에서 제구가 흔들리고 컨디션이 완전히 올라오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일본 대표팀엔 좋은 왼손 타자가 많은데, 고비 때 섣불리 왼손 투수를 내보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치르면서 시차와 현지 날씨 등 문제로 대회 준비가 녹록치 않았던 것 같다.  
 

호주전과 일본전에 이어 11일 체코전에도 등판한 정철원. 연합뉴스

 
이번 WBC를 통해 대표팀의 젊은 선수들도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깨달았을 것 같다. 이 경험을 밑거름 삼아 다음 대회, 또 그 다음 대회에는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여기에 더해 상대 팀인 체코 선수들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체코는 전문 야구선수가 아닌 멤버가 많아서 야구를 그저 즐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진지한 자세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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