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등판해 4와 3분의 2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박세웅.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체코를 대파하고 2라운드(8강) 진출 가능성을 살렸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3차전에서 체코를 7-3으로 이겼다. 개막 2연패 이후 첫 승을 거두면서 8강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한국으로선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기대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체코·호주·한국이 2승 2패로 맞선 뒤 동률 규정을 따져 조 2위를 차지하는 것 뿐이다. 세 팀 간의 경기를 따져 실점이 가장 적은 팀이 앞선다. 호주에게 7-8로 졌던 한국으로선 최대한 많이 점수를 내고, 점수를 적게 주면서 이겨야 했다.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1번으로 타순이 올라간 박건우가 체코 선발인 좌완 루카스 에르콜리의 2구를 노려 2루타로 나갔다. 우익수의 송구 범실을 틈타 3루까지 간 박건우는 3번 이정후의 안타 때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박병호와 강백호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2-0을 만들었다.
한국의 공세는 이어졌다. 2사 만루에서 김현수가 밀어내기 볼넷을 골랐고, 토미 현수 에드먼의 땅볼 타구를 체코 유격수가 놓쳐 5-0이 됐다. 기록원이 안타로 판정하면서 에드먼은 2타점을 올렸다. 2회엔 김하성이 이번 대회 첫 안타를 솔로 홈런으로 기록했다.
선발 박세웅의 호투도 이어졌다. 4회까지 삼진 6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5회 초 선두타자 마르틴 체르벤카에게 2루타를 허용했으나, 두 타자 연속 삼진을 돌려세웠다. 이어 등판한 곽빈이 윌리엄 에스칼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5회도 실점없이 끝났다. 박세웅의 기록은 4와 3분의 2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탈삼진 8개는 WBC 역대 단일 경기 최다 탈삼진 3위다.
동률 규정은 전체 실점이 아닌 이닝당 실점이 기준이기 때문에 콜드게임 승(5회 이후 15점, 7회 이후 10점)을 거두는 것보다는 최대한 긴 이닝 수비를 하면서 실점을 줄이는 게 유리하다. 6회까지 6-0으로 앞서가면서 한국으로선 더 할 나위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이번에도 불펜이 흔들렸다. 7회 초 곽빈이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등판한 정철원은 체르벤카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마테이 멘식 상대로도 플라이를 유도했다. 그러나 좌익수 김현수가 어설픈 수비를 펼쳐 포구에 실패했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6-2. 안타로 기록되긴 했지만 실책에 가까웠다. 이강철 감독은 2사 이후 호주전 선발이었던 고영표를 올려 불을 껐다.
한국은 7회 말 김하성이 두 번째 홈런을 때려 7-2로 달아났다. 그러나 8회 초 2사 만루에서 이용찬의 폭투가 나와 한 점을 다시 내줬다. 이용찬이 9회 추가실점을 막으면서 경기는 4점 차로 끝났다.
한국은 18이닝 동안 11실점했다. 호주는 9이닝 7실점, 체코는 8이닝 7실점했다. 두 팀이 나란히 4점 이상을 주고받으면서 체코가 승리하면 기적같은 한국의 8강 진출이 가능해진다. 내일 경기는 체코가 홈, 호주가 원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