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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WBC 돋보기] 집중력 차이가 승부 갈랐다, 강백호 주루 플레이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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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4-5로 뒤진 7회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아웃된 강백호(왼쪽). 이 주루사는 결국 뼈아픈 실수로 남았다. [연합뉴스]

4-5로 뒤진 7회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세리머니를 하다가 아웃된 강백호(왼쪽). 이 주루사는 결국 뼈아픈 실수로 남았다. [연합뉴스]

한국이 WBC 첫 경기에서 발목을 잡혔다. 호주 타자들이 한국 선발투수 고영표에 대해 잘 준비하고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태인 외에는 투수들이 제 몫을 못해준 게 아닌가 싶다.

4-2로 앞선 7회 초 소형준이 투입됐는데 상대에 역전을 허용하면서 분위기를 넘겨준 대목이 안타깝다. 소형준은 소속팀인 KT에서 선발을 맡던 투수라 경기 초반 페이스가 좋지 않은 편이다. 이번에도 나가자마자 몸에 맞는 볼과 안타로 주자 두 명을 내보내면서 흔들렸다.

1사 2·3루에서 올라온 김원중은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잘 막았지만, 두 번째 타자까지 잘 잡은 뒤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싶은 마음에 공격적으로 피칭하다 실투한 것 같다. 유인구를 던져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포크볼 3개를 연이어 던지다 가운데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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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양현종은 4-5로 뒤진 8회 초 다시 3점 홈런을 허용했다. 이미 역전으로 1점 리드를 잡은 호주가 기(氣)에서 앞서 있었던 것 같다. 제아무리 양현종이라 해도 호주 쪽으로 흐름이 넘어간 분위기에서 버티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7회초에 소형준보다 양현종이 먼저 등판했더라면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이것도 다 결과론이다. 이강철 감독도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통증 때문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 투수 교체에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단기전에선 아주 세밀한 플레이 하나에도 냉정해야 한다. 한동안 부진했던 강백호가 7회 말 중요한 상황에서 안타를 쳐서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잠깐 방심하는 순간을 호주는 파고들었다. 우리가 마주하는 상대팀은 항상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2루타 직후 주루사는 무척 아쉽다. 그러나 또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경기에서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

그래도 포수 양의지의 활약은 칭찬하고 싶다. 타자로서 홈런도 쳤지만, 포수로서도 아주 노련해 보였다. 1회부터 호주 타자들이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는데, 이후 양의지가 슬라이더를 주문하면서 위기를 잘 넘겼다. 또 원태인이 올라왔을 때도 상대 타자들의 스윙 궤도를 파악한 뒤 변화구 코스를 바꿔 사인을 내는 모습도 발견했다. 다시 한번 양의지가 노련한 포수라는 점을 느꼈다. 호주전을 계기로 팀의 고참답게 선수들을 잘 추슬러서 남은 경기도 잘 치렀으면 좋겠다.

한국은 10일 일본전을 앞두고 있다. 첫 경기를 보니 선수들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많이 갖고 있다는 걸 느꼈다. 특히 일본전은 관심이 많이 쏠리는 경기라 압박감이 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누구나 인정하는 강팀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아무쪼록 그라운드에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한판 승부를 펼쳐주기를 기대한다.

김태형 전 두산 베어스 감독·WBC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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