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하는 '새재참기름' 직원 8명의 평균 나이다. 이곳 직원들은 4개 조로 나뉘어, 하루 2개 조가 교대 근무한다. 덕분에 이곳에선 늘 고소한 참깨 냄새가 풍긴다.
어르신들이 짠 고소한 참기름
새재참기름은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착유한다. 미리 짜 놓은 기름은 팔지 않고, 단 한 번만 착유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킨다. 그러다 보니 시장 기름집에서 깨 다섯 되를 짜면 350mL 기준 9~10병이 나오는데, 새재참기름에서는 7병이 나온다. 착유 온도는 60도 안팎이다. 태우지 않고 ‘건강하게’ 낮은 온도로 기름을 내렸다. 덕분에 양은 적지만, 고소한 맛은 배가 됐다. 재료도 지역 곡물 상회를 통해 들여온 100% 국산 참깨와 들깨만을 사용한다.
온라인 뚫으니 전국구 ‘맛집’ 됐네
소비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한 노인 생산품인 데다 지역 상권에서만 머물렀던 새재참기름을 전국구 인기 상품으로 재탄생 시켜준 곳은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다. 자체 온라인몰이 없었던 새재참기름은 지난해 10월 ‘홈플러스 시니어마켓’에 입점 후 매출이 뛰어 지난해 연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온라인 몰 입점 두 달째부터는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 600%를 기록했다.
요즘에는 2인 1조 2개 조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월평균 주문량이 기존 150병에서 450병가량으로 늘어나면서다. 1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2조는 오후 1시부터 4시간 동안 일한다. 꼼꼼한 위생관리는 기본. 출근 후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작업장 위생 상태와 설비, 설정 온도를 확인한다. 기계는 솔, 에어 컴프레서로 매일 청소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참기름 뚜껑을 열면 기름에 전 냄새가 나기도 하는데, 여기 참기름은 뚜껑을 열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풍긴다”고 말한다.
판로가 확보되면서 새재참기름 직원들은 상품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1인 가구, 맞벌이 가구를 위한 250mL, 180mL 소용량 상품도 내놨다. 최근 젊은 세대들 사이서 부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제품으로 인기를 끌며 행사 답례품, 선물용으로 구매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박화숙 새재참기름 명인은 “기름을 짜느라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하면 기분이 아주 좋다”며 “땀 흘려 번 돈으로 손주들 용돈도 챙겨줄 수 있으니 더 좋다”고 웃었다.
노인 일자리 창출에 주변 상권 활성화도
새재참기름은 품질은 좋지만 홍보가 부족하거나,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생산품의 한계를 전국구 온라인 유통 인프라로 극복한 좋은 사례가 됐다. 그 과정에서 어르신 자립을 위한 ‘즐거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골목 상권 활성화라는 두 가지 효과는 덤이다. 홈플러스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의 하나로 시작했지만, 높은 품질의 지역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니어 마켓에 거는 기대가 크다.
옥정수 문경시니어클럽 관장은 “노인 생산품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다양한 상품을 계속 연구하고 싶다”며 “어르신 자립에 큰 힘이 되고 사회·고객에 모두 좋은 노인 생산품에 더 큰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