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2014년 서울대를 방문한 시 주석은 ‘1만 권의 책을 읽으면 1만 리를 여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를 담아 도서 9297권과 영상자료 755점 등 총 1만52점의 자료 기증을 약속했다. 서울대는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2015년 10월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2층에 ‘시진핑 기증도서 자료실’을 열었다. 2018년 방한한 류옌둥(劉延東) 부총리 등 중국 주요 인사들이 이 자료실을 찾았고 수차례 중국 측의 추가 도서 기증도 있었다. 이 자료실에는 중국의 역사·문화·기술과 관련한 서적들과 함께 시 주석의 사상 등을 설명한 책들도 소장돼 있다.
그러나 이후 서울대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료실 명칭의 적절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금도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 등에선 “분명한 문제”라는 주장과 “실익 없는 외교적 마찰만 부를 것”이라는 주장이 동시에 나온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인식은 2016년 이른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전과 이후로 크게 달라졌다. 미국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이 지난해 4월 11일~6월 23일 한국 성인 1364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중국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거나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81%에 달했다. 같은 조사를 벌인 56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특히 20~30대에서 반중 정서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2015년 벌인 비슷한 설문조사에선 중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한국인의 비율이 37%에 그쳤던 것과는 큰 차이다. 한국갤럽의 ‘한반도 주변국 정상에 대한 호감도’ 조사 추이에서도 시 주석의 방문 직후인 2014년 7월 둘째 주 시 주석에 호감을 가진 한국인이 조사대상의 59%에 달했다.
한 서울대 교수는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지도 않는 자료실이 이제 와 참 골칫거리가 됐다. 행여 외교적 문제로 비화라도 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나 “자료실 명칭에서 시 주석의 이름을 빼 중국 자료실로 명칭을 변경하고, 일본 자료실을 함께 만들어 배치하는 등 실질적인 대안 논의가 필요하다”는 교수도 있었다.
지난 21일 해당 자료실을 방문한 한 중국인 유학생은 “개인적으론 중국 공산당에 대한 중국인의 인식이 한국 사람의 생각보다 더 비판적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의 언론과 인터넷 환경이 자유롭지 않아 그런 중국인들의 인식이 한국에 전해지지 않아 안타까웠다”며 “중국과 중국인 일반에 대한 비호감도를 높이는 이름을 고집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