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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샤' 서울대 정문 새 단장 논란…반년만에 간판 또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일 오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샤’ 모양의 조형물로 유명한 정문 광장에 작업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콘크리트로 된 긴 벽 모양의 조형물에서 ‘Seoul National University’ 23개 글자를 하나하나 뜯어내 오른편으로 옮겨 붙였다. 영어가 적혀 있던 자리엔 한글로 ‘서울대학교’ 다섯 글자를 박아 넣었다. 새로 단장한 지 6개월 만에 뜯어고친 거였다.

서울대 정문 광장에 위치한 조형물에 학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지난해 정문 광장이 새 단장을 마쳤을 당시엔 학교명이 영문으로만 적혀있었지만, 최근 한글로 학교명을 추가했다. 이병준 기자

서울대 정문 광장에 위치한 조형물에 학교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지난해 정문 광장이 새 단장을 마쳤을 당시엔 학교명이 영문으로만 적혀있었지만, 최근 한글로 학교명을 추가했다. 이병준 기자

1971년 만들어진 서울대 정문은 ‘샤’ 모양 조형물로 유명하다. 조형물 아래로는 4차선 도로가 지나도록 해, 사실상 조형물이 대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졸업식 등 행사 때마다 보행로가 좁고 정문을 배경으로 도로에서 사진을 촬영하는 사람들도 많아 안전사고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50년만인 지난해 5월부터 약 3개월간 정문 구조를 바꾸는 공사를 진행했다. 새 정문 광장 디자인은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맡았다. 서울대는 ‘샤’ 조형물 아래로 통하던 도로를 메워 보행자 전용 광장으로 만들고, 조형물 옆에 학교로 들어올 수 있는 새 도로를 냈다. 도로 반대쪽엔 길게 벽을 세우고, 학교 이름을 붙였다. 광장 바닥엔 석재를 깔았으며, 나무를 심고 의자·조명 등을 설치했다. 또 ‘샤’ 조형물 도색을 새로 하고 학교 안내판과 지도, 서울대 문장(紋章) 등을 설치해 학교의 얼굴인 정문의 상징성을 강화했다.

지난해 8월 공사가 끝나고 정문 광장이 공개되자 서울대 커뮤니티 등엔 긍정적인 반응이 올라왔다. “안전해졌다”“예뻐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논란이 생겼다. 콘크리트 벽에 한글 명칭 없이, 영문만 붙인 게 문제였다.

새 정문 광장이 공개된 직후 “한국 최고의 국립대인 서울대 정문에 영어로만 학교명을 적어 둔다는 게 말이 되냐”는 지적이 대학본부를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공사는 끝났지만 “지금이라도 간판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초기엔 ‘간판 교체론’은 소수 의견에 그쳤다. “이미 설치된 조형물이라 비용 등의 문제도 있어 교체하기는 어렵다”는 반대 목소리도 컸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학교 고위 관계자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처장단 일부가 대외 이미지 등을 이유로 교체 필요성에 동의한 것이다. 이후 교체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한다.

서울대 정문의 모습. 지난해 공사를 통해 정문 조형물 아래 도로를 옆으로 옮기고 광장으로 바꿨다. 이병준 기자

서울대 정문의 모습. 지난해 공사를 통해 정문 조형물 아래 도로를 옆으로 옮기고 광장으로 바꿨다. 이병준 기자

결국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오세정 전 총장이 결단을 내렸다. 서울대 관계자는 “국립대인 서울대의 상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한글 이름을 추가해 넣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대측은 광장 조성 사업이 오 전 총장 임기 내에 시작된 사업인 만큼 유홍림 신임 총장 취임 전까지 교체하려 했지만, 한글 학교명 도안 확정하기까지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추가된 ‘서울대학교’ 한글 표기엔 2008년 개발된 서울대 고유 폰트가 적용됐고, 올해 1학기 개강을 앞둔 지난 10일 교체 작업이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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