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천 서구에 있는 후레쉬퍼스트 공장은 말 그대로 쉴 틈이 없다. 주로 편의점용 도시락·삼각김밥·샌드위치 등을 만드는데, 최근 들어 주문이 급증해서다. 조리된 식재료를 용기에 담는 컨베이어 벨트만 12개. 한 라인마다 20여 명의 직원이 바쁘게 손을 놀리며 시간당 800인분의 식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곳은 지난 15일 6년 만에 부활해 화제가 된 편의점 GS25의 ‘김혜자도시락’을 만드는 전국 9개 공장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정욱 후레쉬퍼스트 대표는 “오전 8시부터 원재료 준비에 들어가 오후 3시 출고하는 스케줄을 하루 두 번 반복한다”며 “수도권 서부지역 10만여 명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런치플레이션’에 편도 매출 급증
편한 것이 곧 프리미엄이라는 뜻의 ‘편리미엄’ 트렌드로 편의점 간편식이 주목받았던 지난 몇 년. 최근에는 물가가 다락같이 오르면서 ‘가성비’를 찾아 편의점 도시락이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도시락 매출은 2021년 전년 대비해 22%, 지난해 24.6%로 반등 추세다. 지난 2015년 65.8%, 2016년 168%로 급신장했다가 최근엔 1~7%로 주춤한 상태였다. GS25의 도시락 매출도 2020년 8.3%에서 지난해 41.2%까지 급증했다.
2017년 단종됐다가 6년 만에 돌아온 김혜자도시락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GS25가 판매하는 모든 식품류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카스 맥주보다도 잘 팔린다. 첫 사흘간 20만 개가 넘는 도시락이 편의점 매대를 채웠다.
‘편도족’ 어느새 8년차
본격적 성장기에 접어들었던 시기는 2015년이다. 이즈음에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의미의 ‘편도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도시락 품질과 양이 뛰어나다는 의미의 ‘혜자스럽다’와 그 반대의 ‘창렬스럽다’라는 표현이 등장했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당시 김혜자 ‘바싹 불고기 도시락’은 2016년 한 해 동안 GS25에서 소주와 맥주에 이어 베스트셀러 3위를 차지했다.
이런 김혜자 도시락의 대항마는 CU의 ‘백종원 도시락’이었다. 3000원 후반에서 5000원 이하로 최대 10종의 반찬을 제공하는 이른바 ‘가성비’ 도시락으로 2016년 기준 전년 대비 도시락 전체 매출 3배 상승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장수 상품인 ‘11찬 도시락’이 처음 등장했던 시기도 2015년이다.
이후 도시락 개발에 셰프는 물론 소스 전문가, 밥 소믈리에 등이 가세했다. 장어·한우 등 고급 식재료를 더해 1만원대 상품도 나오는 등 진화를 거듭했다. 추석이나 설날에는 나물 한 상을 더한 명절 도시락이, 채식주의자를 위해 채란(채식 계란)을 넣은 도시락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편의점 점심 결제액 116% 상승
최근에는 식대를 모바일 식권 형태로 금액을 충전해주고 직장인들의 기호에 맞춰 인근 편의점과 제휴를 맺는 회사도 늘고 있다. 모바일 식권 서비스업체 ‘식권대장’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등 간편 식품류 결제액이 지난 1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6% 증가했다. 음식값이 상승하면서 직장인들이 일반 식당보다 편의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사례가 늘어 결제액과 빈도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