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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힘들어요"…한국 '엥겔지수' 美보다 3배 올랐다,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엥겔지수가 미국 등 주요국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체 소비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엥겔지수 자체도 높은 편인데, 증가 폭도 큰 것으로 나타나 서민들의 생활 고충이 더 커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16일 ‘엥겔지수 국제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21년 한국의 엥겔지수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미국·영국·독일 등 G5 국가 엥겔지수 상승 폭은 평균 0.9%포인트로 한국이 이들에 비해 엥겔지수가 더 가파르게 올랐다.

나라별 엥겔지수 상승 폭은 영국 1.2%포인트, 독일 1.0%포인트, 일본 0.9%포인트, 프랑스 0.8%포인트, 미국 0.4%포인트 순으로 모두 한국보다 적었다. 한국은 엥겔지수가 적게 오른 미국과 비교했을 때 3배 이상 크게 올랐다.

한국은 엥겔지수 자체도 주요국에 비해 높았다. 2021년 한국의 엥겔지수는 12.8%였다. 영국은 9.3%, 독일 11.8%, 미국 6.7%다. G5 국가 중 한국보다 엥겔지수가 높은 곳은 일본 16.3%, 프랑스 13.9%뿐이다.

한경연은 한국의 엥겔지수가 많이 오른 데에는 높은 식품 물가상승률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식품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연평균 5.2%(2020년 4.4%, 2021년 5.9%)를 기록해 G5 평균인 1.7%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비교 대상 국가별 연평균 식품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미국 3.5%, 독일 2.8%, 프랑스1.3%, 일본 0.6%, 영국 0.5% 수준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경연 측은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평균 소비성향이 하락한 것도 엥겔지수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의미하는 평균 소비성향이 2019년 4분기 기준 71.2%에서 2021년 4분기 67.3%로 3.9%포인트 감소했다. 소비성향이 나빠질수록 비필수적인 소비를 줄여나가는 만큼, 전체 소비 중 필수재인 식료품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주요 농산물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등 식량안보 수준이 낮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식품 물가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곡물 소비량 중 국내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곡물 자급률이 지난해 기준 한국은 19.4%로, 미국·영국·일본·유럽연합(EU) 주요 4개국에 비해 가장 낮았다.

한경연은 식품 가격 급등 등으로 엥겔지수가 높아지면, 저소득층의 생계가 특히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가처분소득의 크기가 작은 저소득층은 식료품 지출 비용이 증가하면 다른 목적의 소비로 사용 가능한 자금의 비율이 고소득층에 비해 더욱 크게 하락하기 때문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식료품 지출 비용 상승률은 저소득층(소득 1분위)이 고소득층(소득 5분위)의 1.1배 수준이지만, 식료품비 증가에 따른 가용자금 감소율은 저소득층(5.7%)이 고소득층(1.5%)의 4.8배 수준에 달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생계 유지와 직접 연관된 식품 가격이 오를 경우 저소득층의 피해가 커진다”라며, “농산물 자급능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 등을 통한 식품 물가 상승 폭을 최소화하여 취약계층의 생활비 부담을 완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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