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지진·폭우 피해지역에 종이학을 접어 보내는 일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에도 일본인들은 대사관에 종이학을 전달했다. 1000마리의 종이학이 행운을 가져다주고 아픈 사람의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일본 뉴스 프로그램 ‘아베마 프라임’(ABEMA Prime)은 튀르키예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며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된 뒤에 1000마리의 종이학은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빵과 물도 없는 지금 이 시기에 1000마리 종이학은 처치 곤란하다”는 전문가 지적을 전했다.
앞서 일본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위로하기 위해 장애인 센터 회원 40명이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인 파란색과 노란색 종이학을 약 4200마리 접어 전달을 시도했다가 자국 내에서 뭇매 맞은 바 있다.
튀르키예에 재난 긴급 구호팀을 파견하는 일본 비영리단체인 ‘피스 윈즈재팬’(Peace Winds Japan)에서 의사로 활동하는 모토타카이나바는 “현금을 보내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나바는 “현장에서 필요한 것은 시시각각 바뀐다. 물자 공급은 어렵고, 구분하는 작업도 발생한다”며 “물이나 빵, 따뜻한 음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마존 사이트에서 클릭 한 번으로 배송되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의 요구에 맞게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는 돈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동일본 대지진 때도 그 멀리서부터 어떻게 배달하겠냐. 배달할 사람이 없으면 지원 물품은 도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피스 윈즈재팬’에서 홍보 및 기업 제휴를 담당하고 있는 아라이쿄코는 “하루가 아니라 몇 시간마다 필요한 지원 물품이 바뀐다”고 했다.
아라이는 “적시에 물건을 배달하는 것은 어렵고, 특히 해외는 그 나라 사람들에게만 익숙한 음식이 있어서 더욱 그렇다”며 “우리는 구호품을 보낼 때 가급적이면 이웃 나라에서 조달했다. 거리가 가까울수록 더 빨리 도착하고 문화적 격차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일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어떻게 사용될지 잘 살펴보고 생각하고 보내라”라고 했다.
국내에서도 기부 행렬이 이어지자 주한튀르키예대사관도 SNS를 통해 “구호 물품 중에 중고 물품은 받지 않는다”라고 공지했다. 중고품에 묻어있는 곰팡이나 세균 등에 의한 위생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각에서 구호단체를 사칭한 조직이 활동하자 대사관 측은 “신뢰할 수 있고 잘 알려진 조직을 통해 구호품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주한튀르키예대사관이 공유한 현지에서 필요한 물품 리스트는 △캔 등 상하지 않는 음식 △방한용품 △생리대 △옷 △텐트 △배터리 △침대 △텐트용 매트리스 △침낭 △가스스토브 △보온병 △히터 △이동식 화장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