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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넘으면 생존율 6% 안 되는데…” 사망 3만6000명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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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튀르키예·시리아 강진 사망자가 3만6000명을 넘은 가운데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최신 튀르키예 지진 관련 보고서에서 앞으로 규모 7.0 이상의 여진이 더는 발생하지 않고, 규모 5.0∼6.0대의 중간 정도 지진이 이어지면서 여진 빈도가 줄어들 확률이 약 90%로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규모 7.0 안팎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10% 정도라고 밝혔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난 6일 규모 7.8의 강진 발생 이후 11일까지 크고 작은 여진이 2000회 이상 발생했다”고 했다.

지진 발생 8일째인 13일 튀르키예 정부는 “수천 명의 사람이 실종 상태며, 약 8만 명이 부상했다. 6400개 이상의 건물들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2003년 이란 대지진 사망자(3만1000명)를 뛰어넘으면서 21세기 들어 여섯 번째로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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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5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USGS는 총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넘길 확률을 26%로 예상해 종전보다 2%포인트 올렸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진 발생 후 24시간 이내면 생존율은 74%지만, 72시간이 지나면 22%로 떨어지고 5일이 넘어가면 6%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생환 소식이 이어졌다.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에서 11세 소녀 레나 마라디니가 160시간 만에, 가지안테프에서 10세 소녀가 159시간 만에 구조됐다. 하타이에선 다섯 살 딸과 아버지도 잔해 속에서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구조대원들은 부녀를 구하면서 “아름다운 소녀여, 너를 구하기 위해 우리가 왔단다”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튀르키예 인접국 북키프로스의 중·고등학교 학생 선수단이 배구 원정경기를 위해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을 찾았다가 참변을 당했다. 학생 24명을 포함해 학부모·교사·코치 등 39명이 묵고 있던 호텔이 강진으로 무너지면서 모두 숨졌다. 생존자들은 겨울 추위와 전염병 등 2차 재난에 시달리고 있다. 튀르키예 정부는 “11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튀르키예기업연맹을 인용해 “튀르키예의 경제적 손실 추정 규모는 840억 달러(약 107조원)를 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10% 수준이다. 튀르키예 정부는 재난구호금으로 약 1000억 리라(약 6조7000억원)를 배정했다.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튀르키예 작가 오르한 파묵은 11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지진 발생 후 이틀이 지나서야 구호팀이 도착했다. 구호는 늦었고 미약했다”며 “생존자와 나머지 국민은 무기력함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내전과 지진으로 ‘구호 사각지대’가 된 시리아에서는 콜레라까지 확산하며 사망자가 1만 명(12일 현재 4500여 명)에 달할 전망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혔다. 시리아에서는 정부군과 반군 간의 알력으로 국제사회의 구호물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코린 플라이셔 세계식량계획(WFP) 중동·북아프리카·동유럽 담당관은 “생계의 90%를 인도적 지원에 의존하는 시리아 북서부 상황이 가장 우려된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특히 지진 피해가 큰 시리아 북서부는 지난해 9월부터 콜레라가 유행 중이었다. 이번 지진으로 위생이 더욱 악화돼 콜레라와 장티푸스, 발진티푸스 등 질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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