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야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벤처투자액이 전년 대비 11.9% 감소한 6조7640억원으로 파악됐다고 29일 밝혔다. 집계 범위는 중기부 소관 벤처투자조합 투자금액과 창업투자회사 직접 투자금액이다. 중기부가 집계하는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든 것은 남유럽 재정위기 때인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중기부는 벤처투자 위축세에 대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복합 위기”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게 왜 중요해
국내 스타트업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이 수치로 가시화됐다. 중기부에 따르면 본격적으로 투자 경색이 나타난 시기는 지난해 3분기 이후다. 지난해 1분기 투자는 2조221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68.5% 늘고 2분기에도 1.4%(262억원)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3분기부터 38.6%(8070억원)가 줄고, 4분기에는 43.9%(1조381억원)나 감소했다. 중기부는 “시장이 경색되기 전에 검토되던 투자 건들은 상반기에 집행됐지만 3분기 들어 고물가, 고금리가 본격 영향을 끼쳤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바이오·의료에 대한 투자(1조1058억원)가 전년보다 34.1% 줄어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상장 바이오 기업의 주가 하락, 기술특례상장 심사 강화 영향으로 분석됐다. 게임 업종 투자(1615억원)도 31.4% 줄어 바이오‧의료 업종 다음으로 감소 폭이 컸다. 영상·공연·음반 업종 투자는 4604억원으로 10.6% 늘었다. 중기부는 “K-팝이나 K-드라마의 세계적 유행에 힘입은 엔터·영상 콘텐츠 분야의 호조,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영화 관람이 회복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업력별로는 창업 중기(업력 3~7년)와 후기(업력 7년 초과) 기업에 대한 투자가 많이 줄었다. 각각 전년보다 21.6%(2조7305억원), 13.3%(2조285억원) 감소했다. 창업 3년 이하 기업에 대한 투자는 증가했다. 업력 3년 이하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보다 7.8% 늘어난 2조50억원으로 나타났다.
해외는 어때
해외에서도 후기 벤처 투자가 약세를 보였다. CB인사이츠가 라운드별 투자 금액을 분석한 결과 1억달러 이상의 거액 투자를 뜻하는 ‘메가 라운드’ 투자는 지난해 923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590건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전체 투자 중 초기 투자 비중이 66%로, 2018년(63%) 이후 가장 높았다.
앞으로는
그러나 모태펀드 규모 자체가 줄어 이같은 지원책이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중기부의 올해 모태펀드 예산은 3135억원으로 지난해 5200억원보다 40% 가까이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투자 마중물 역할을 한 모태펀드 규모가 줄면서 시장에 적신호가 켜진 면이 있다”며 “먼 미래의 성장성보다 당장의 매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갖춘 곳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7년차인 한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 이후 가장 투자받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며 “VC의 재무적 투자(FI)는 받기 힘들 것 같아 요즘은 대기업 투자 유치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