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는 리듬체조 꿈나무들이 나갈 수 있는 국내 대회가 전혀 없었어요. 해외 선수들과 거기서부터 (기량)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1회 대회를 국제 대회로 개최했어요.”
선수 시절 ‘리듬체조 요정’으로 불렸던 손연재(29) 리프 스튜디오 대표는 2018년부터 4회째 리듬체조 꿈나무 대회를 열고 있다. 최근 서울시 용산구 리프 스튜디오에서 만난 손 대표는 “내가 어릴 때 동유럽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참가하려면 3000만원 정도 들었다. 좋은 성적을 내려면 1년에 10차례 이상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코치 선생님 항공권과 숙식비까지 개인 부담하고, 비자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선수들은 국제 대회에서 뒤지지 않은 신체 조건을 갖췄는데, 결국 차이는 경험과 멘탈이다. 진천선수촌에서만 연습하다가 갑자기 세계 대회에 나가면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나도 대회에서 막상 부딪히면서 ‘다 같은 선수구나’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대회 개최에 억대 금액이 들지만, 리듬체조가 비인기 종목이다 보니 거의 사비를 쏟아부었다. 올해는 인천시, 베스트슬립 등이 후원해줬지만 2021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후원사가 아예 없었다. 손 대표는 “2021년에 대회가 열리지 않아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그만둔다는 얘기를 듣고 안타까웠다. 매트와 심판석을 준비해 최저 예산으로 개최했는데 300명이 참가했다”며 “올해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주려고 메달과 상장을 250~300개 준비했다. 지금도 수익은 안 나고 마이너스가 안 되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손 대표는 선수 시절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리듬체초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을 땄고,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개인 종합 4위에 올랐다. 2017년 은퇴했지만 요즘도 아침에 220도 각도로 다리를 찢는 스트레칭을 하며 관리를 한다. 팬들은 소셜미디어에 ‘걸그룹 뉴진스 멤버 같다’는 댓글을 달았다. 손 대표는 “나이상 이모인데 감사하다. 선수 때와 달리 먹으면 안되는 스트레스가 없어 체중은 더 줄었다”고 웃었다.
손 대표는 은퇴 후 2019년 리듬체조 스튜디오를 차리고 꿈나무 대회를 개최하며 리듬체조와 끈을 이어가고 있다. 손 대표는 “리듬체조와 애증의 관계지만 떼 놓을 수 없을 만큼 사랑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당장 엘리트 육성도 좋지만 대중화 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체형과 자세를 교정해주는 필라테스와 발레와 함께 리듬체조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손 대표는 “리듬체조는 올림픽에 나가는 엄청 유연한 사람만 한다는 거리감이 있지만, 룰에서 벗어나 리본에 케이팝 댄스 장르를 섞어 안무를 짜면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는 근력과 밸런스에 좋다. 10대와 20대는 입시 준비 뿐만 아니라 하나의 콘텐트로 배운다. 30대 중후반과 어머니들도 어릴 때 로망이라며 용기 내 시작한다”고 했다.
이어 손 대표는 “20년 후에 리프 챌린지컵에 참가한 친구들이 올림픽에 나가면 신기할 것 같다. 그래서 대회를 오래오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새해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팀 코치로 국제대회에 나가보고 싶기도 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