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예산 합의 안되면 감액안 발의” 여 “국정 발목 부러뜨려”

중앙일보

입력 2022.12.12 00:04

수정 2022.12.12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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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왼쪽)·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여야는 오는 15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내년도 예산안의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불발된 가운데, 여야는 11일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전날(10일) 양당 원내대표를 만난 뒤 “15일까지 합의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그날까지 상정된 정부안 또는 수정안을 가지고 표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최대 쟁점은 예산부수법안인 법인세 인하 여부다. 정부·여당은 기업의 3000억원 초과 영업이익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3%포인트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활성화, 국내 기업의 해외 이탈 방지 목적이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은 “초부자 감세”라며 과세표준 2억~5억원 사이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 인하를 주장한다. 김 의장이 최고 세율을 22%로 인하하되 시행을 2년 유예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으나, 민주당은 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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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수퍼 대기업 감세가 지금 왜 그렇게 시급하고 중요한가”라며 “정부·여당은 오직 초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는 것만 고집할 뿐 서민 감세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법인세 감세가 어떻게 초부자 감세인가”라며 “민주당이 교조적인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고 반박했다. 주식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도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비과세 기준을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올리자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에 대해서도 “초부자 이익만 대변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예산안 세부 내역 관련 충돌도 여전하다. 민주당은 정부안 대비 최소 5조원 규모의 감액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3조원이 한계치”(9일 추 부총리)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민주당은 정부안에서 ▶공공분양주택 ▶대통령실 이전 관련 ▶경찰국 신설 예산 등을 삭감하자고 주장한다. 반면에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리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공공임대주택 ▶기초연금 부부합산제 폐지를 위한 예산 등은 증액을 요구하는 항목이다.


여당은 “법인세만 합의된다면 다른 쟁점은 해소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남은 건 법인세 하나”라며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도 이재명 대표가 거부하면 정부 예산 편성권을 아예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예산안 단독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원내대표는 11일 의총에서 “끝내 합의가 안 된다면 감액 중심의 수정안을 발의하는 과정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동의 없이 지출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헌법 조항(57조)에 따라 감액분만 반영한 자체 예산안을 내겠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표도 이와 관련, “제3의 예산 수정안을 만든다면 서민 감세안이라도 최대한 많이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으로 국정 발목을 꺾다 못해 아예 부러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는 정부가 7167억원으로 책정한 내년도 국회 운영 예산에 대해 합의로 수백억원대 추가 증액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6일 국회 운영위 예산소위 회의록을 보면 여야 소위원들은 6급 이하 보좌직원 인건비 인상(42억7200만원)에 대해 전원 동의했다. 이 밖에도 당시 운영위 예산소위에서 여야 의원들은 의원 해외출장 관련(27억원), 정책세미나 시스템 구축(51억원) 등의 예산 증액에 이견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