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尹 만남후 “당권주자들 성에 안 차”…또 한동훈 차출론?

중앙일보

입력 2022.12.05 16:58

수정 2022.12.0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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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권주자들,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3일 대구에서 한 발언이 당내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하며 새 당대표 조건으로 ▶의석수가 많은 수도권에서 대처를 할 수 있고 ▶MZ(20·30대)세대에게 소구력이 있어야 하며 ▶안정적으로 공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원내대표 발언에 한 장관이 소환되는 것은 그만큼 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군 중 도드라지는 후보가 없다고 당원들이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뽑혔던 지난해 전당대회의 다이내믹스(역동성)와 내년에 치러질 전당대회의 분위기를 비교하는 목소리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 돌풍으로 전당대회가 흥행했고, 결국 이 전 대표가 선출되면서 그 분위기가 대선 승리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중진 의원은 “선거가 흥행하려면 ‘뉴(새) 브랜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새 인물인 한 장관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민의힘 당권 주자로는 김기현·안철수·조경태·권성동·윤상현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대중성이나 당내 입지, 비호감도 등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당 내부에선 “누가 돼도 총선(2024년) 승리를 하기엔 부족해 보인다”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 뒤 나와 윤심(尹心)이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자리에 참석했고, 30일엔 윤 대통령과 독대했다. 야권 인사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5일 라디오에서 “주 원내대표가 두 번째 관저를 갔다 왔는데, 아주 신중한 주 원내대표가 ‘후보로 나온 사람들이 성에 차지 않는다’고 했다”며 “윤심이 한 장관에 있다는 것을 띄워서 국민과 당원 반응을 들어보려고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 본인은 이날 오전 자신의 대구 발언과 관련해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한 게 아니고 일반론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세 가지 조건을 언급한 데 대해선 오후에 기자들과 만나 “그런 조건이 갖춰지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에 이야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윤상현 의원도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따로 주 원내대표에게 물어봤는데, 한 장관을 지칭해서 말한 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내에서 당대표로 새로운 인물을 찾더라도 한 장관 영입하는 건 너무 멀리 나간 이야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수도권 중진 의원은 “한 장관이 수도권에서 인기가 있나? 후보로 얘기되는 사람 중 비호감도 가장 높은 인물이 한 장관이다. MZ세대 인기는 확인됐나? 정치 경험도 없어서 공천 관리가 잘 될 가능성도 없다. 총선 준비를 위해서는 관리형 당대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친윤(친 윤석열)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얘기를 절반만 알아듣고 말한 것 같다”며 “한 장관은 중요한 자원인데 아무 데나 쓸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을 차출하려면 내년 3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를 더 미룰 수밖에 없는 문제, 김기현 의원 등 친윤계 후보를 주저앉혀야 하는 문제 등 때문에 ‘한동훈 차출론’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한 장관 본인이 정치 일선에 뛰어들지도 미지수다.

 

지난 5월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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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전당대회를 오래 준비해 온 후보들은 반발했다. 후보군인 김기현 의원은 “지난 4번의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당대표를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가 ‘수도권에 대처할 수 있는 대표’를 조건으로 제시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김 의원 지역구는 울산 남을이다. 또 주 원내대표가 대구에서 발언할 당시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하며 다른 후보들은 열거하면서 안철수 의원만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발언 아니냐”는 눈초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