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의 비공개 ‘관저 회동’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지난달 ‘윤핵관 4인방’이라 불리는 권성동·이철규·윤한홍·장제원 의원 부부와의 만찬(22일)이 시작이었다. 윤 대통령과 주호영 원내대표와의 심야 회동(30일)에 이어, 같은 날 당권 주자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윤 대통령과 ‘3시간 독대’를 했다는 사실도 최근 언론에 공개됐다.
실제 회동을 한 날짜와 보도된 날짜 간의 간격은 3~4일이었다. 통상 대통령과의 비공개 일정은 함구하는 것이 관례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하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내심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과의 만남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무언의 약속”이라고 했다.
공개 시점도 묘해, 윤심 논란도
여권에선 잇따른 윤 대통령과의 회동 공개를 두고 내년 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때문 아니겠냐는 말이 나온다. 이른바 ‘윤심’ 잡기 행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윤 대통령과의 만남이 알려지면 당에선 어떤 방향이든 파장이 크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핵관 4인방의 경우 한때 “윤 대통령과 멀어진 것 아니냐”는 당내 여론이 있었지만, 여당 지도부(25일)보다 윤 대통령과 먼저 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전히 건재하단 생각이 들었다”(초선 의원)는 말이 돌았다.
김기현 의원과 윤 대통령의 ‘3시간 독대’가 알려진 시점(12월 4일)도 묘했다. 전날인 3일 주 원내대표가 한 초청 토론회에서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며 김 의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한 다음 날이었기 때문이다. 지역구가 울산 남구인 김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지난 네 번의 총선 결과를 보더라도 최소한 수도권 대표를 내세워야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주장은 틀렸다”며 주 원내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속깊은 이야기 어렵다”
대통령실에선 아직 전당대회에서 ‘윤심’을 논하긴 이른 시점이란 입장이다. 또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부분 당에서 먼저 요청이 와 윤 대통령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식이면 어떻게 속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도 “결국 전당대회의 핵심은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여부 아니겠냐”며 “그 전까진 어떠한 구도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한 비윤계 초선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먼저 언론에 회동을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며 “회동 사실이 알려질수록 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장악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