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든 정치인이든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나름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오류나 거짓이 드러나면 신속히 바로잡고 사과하고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래야 대통령까지 끌어들인 '청담동 첼리스트 술자리' 같은 혹세무민 가짜뉴스가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의혹을 제기하려면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글 정도의 신빙성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8월 31일 대장동 의혹을 처음 보도한 경기경제신문 박종명(57) 대표 기자에게 1년여 만에 다시 연락해봤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 20대 대선 본선 과정에서 가장 뜨거웠던 의혹을 제기한 박 기자는 대장동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는 요즘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했다.
"지방의 작은 인터넷 매체 기자이지만 여전히 대장동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박 기자가 선거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며 추켜세우더니 선거가 끝나자 아는 체도 안 하더라."
-보도의 파장이 여전하다.
"김만배 일당을 비롯해 많은 개발업자가 지역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대장동식으로 무리하게 사업해왔다. 안양 박달지구, 평택 고덕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하는 계기를 만든 것이 큰 성과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옳은 일을 했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
-민사·형사 소송을 당했다.
"화천대유가 제기한 형사 소송은 지난 3월 무혐의로 종결됐다. 10억원의 민사소송에서도 지난달 내가 승소했다. 대장동 사건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데다 최측근 김용·정진상이 구속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궁지에 몰리니 극렬 지지자들이 해코지할까 좀 걱정은 된다. 그래도 내가 안고 가야 할 무거운 짐이자 보람이라 생각한다."
"지자체의 도시개발 권한 등을 이용한 전형적인 토착 비리 부패 사건이다. 정권 교체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본질에 조금 더 접근했지만, 이재명 당시 시장의 책임에 대한 사법적 결론이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여전히 남는 의문은.
"핵심은 자금 흐름이다. 아직도 실제 주인이 드러나지 않은 천화동인 1호는 김만배 소유가 아니라고 본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 당시 이재명 캠프가 상상을 초월할 규모로 '대장동 총알'(선거자금)을 준비해 뿌리고 있다는 제보가 이낙연 캠프 측에 들어왔다고 들었다. 최근 법정에서 남욱 변호사가 이재명 캠프에 얼마를 줬다는 진술을 했지만 엄청난 돈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김만배 일당이 여기저기 뿌린 돈의 출처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
-어떻게 마무리돼야 할까.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 정치검사들의 대장동 눈치 보기 수사로 검찰 조직 전체가 불신받았다. 이제라도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반칙과 특혜로 서민의 삶을 짓밟으면서 폭리를 챙긴 범죄자들을 단죄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니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꼭 보여주길 바란다."
대장동 의혹 첫 보도 박종명 기자
"상상 초월할 규모 만들어 뿌렸다
당시 이낙연 캠프에 제보 접수돼"
언론인 출신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
'첼리스트 거짓말' 폭로했다 망신
언론과 검찰, 가짜뉴스 가려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