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Safety)과 국가 안보(Security)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지난달 29일 핼러윈 파티를 위해 몰려든 군중 13만 명이 뒤엉키면서 156명이 숨진 서울 이태원 참사는 국민 안전 실패 사례다. 국가 안보 현실로 눈을 돌려봐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태원 참사 전날 북한은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사상 처음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쏘았다. 지난 3일에는 2017년 이후 5년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도발했다. 북한이 언제라도 핵미사일로 공격할 것 같은 안보 위기인데도 일반 국민은 둔감하다.
국가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은 북한과 중국에 저자세였던 문재인 정부 지난 5년간 틈이 크게 벌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조기 방한을 계기로 동맹의 유대감을 회복했다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핵 선제 사용 법제화'를 선언하면서 2017년보다 커진 안보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미흡해 보인다.
국가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서 문득 떠오른 '영원한 군인'이 김관진(73)이다. 전북 임실 태생으로 1968년 육사(28기) 입교부터 따지면 2008년 3월 합참의장을 끝으로 전역할 때까지 현역으로만 40년을 군문에 바쳤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국방부 장관이자 박근혜 정부의 첫 국방부 장관' 및 국가안보실장 기간을 합치면 47년을 국가 안보에 헌신했다.
군인의 길을 천직으로 여겼던 그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청산 대상 1호'로 몰려 5년이 흐른 지금까지 고초를 겪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가 정치관여·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항소심)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고 선고해 고법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절반의 명예회복이라지만, 또다시 법정 공방에 시달릴 처지다.
근황을 잘 아는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각오라고 한다. 예컨대 변호인 측은 제주 해군기지를 비난하는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진행되자 사이버사령부가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정상적 댓글로 반격했다고 항변한다. 그런데도 검찰은 2012~2103년 작성된 댓글 78만여 건 중 8862건(전체의 0.01%)을 정치 댓글로 기소했는데, 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선거철에는 오히려 정치 댓글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변호인 측은 반박한다.
재판 과정에서 장관이 댓글 작성을 지시했다는 관계자 증언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2017년 대선 과정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사건으로 지난해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전 민주당 의원이 개입한 댓글 8840만 건에 비하면 8862건은 극히 미미하다는 반론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난 정부가 유독 김관진을 겨냥해 집요하게 '적폐몰이'를 한 것은 정치 보복이란 시각이 있다. 북한이 가장 싫어할 뿐 아니라 북한 눈치를 보는 종북 주사파들이 보기엔 대표적 대북 강경파 군인이었기 때문에 손봐줄 1순위였다는 것이다.
40년 현역, 47년 안보 헌신 김관진 #천안함·연평도 도발 후 '구원 투수' #이명박·박근혜, 국방부 장관 중용 #"도발 응징, 선조치·후보고" 강조 #북한군이 가장 싫어한 남한 군인 #"친북 정권에 찍혀 정치보복 당해" #끝까지 결백 입증, 명예 회복 노력 #안보 위기에 '김관진 리더십' 주목
실제로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과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 이명박 정부는 작전통 김관진을 국방부 장관에 발탁했다. 취임 직후부터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전투형 강군'을 만들라"고 지시했고, "도발하면 쏠까 말까 묻지 말고 선조치·후보고하고, 도발 원점 응징 및 지휘세력(평양)까지 타격하라"고 일관되게 주문했다. 북한이 위협을 느끼는 F-35 폭격기 40대 도입을 결정하고 민주당이 반대한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주도했던 그를 북한군은 괴뢰 패당 우두머리, 특등 호전광이라고 공격하며 얼굴 사진('김관진 놈')에 사격을 가했다.
지난 5년 수사와 재판으로 김관진의 손발이 묶인 상태에서 파행 인사가 벌어지고 국가안보실·국방부·합참·기무사·정보사 등은 순차적으로 무력화됐다. 심지어 육사는 2019년부터 졸업을 위한 필수 교과목에서 ‘6·25 전쟁사’를 뺐다. 거짓 평화 타령 와중에 총체적 안보 불감증이 만연했고, 급기야 민주노총은 핵미사일 협박으로 전쟁 위기를 조성한 북한을 두둔하며 한·미를 오히려 비난했다.
문 정부 시절 경찰과 감사원은 방산 비리로 김관진을 엮으려 했지만 단 한 푼도 받은 사실이 나오지 않았다. 북한이 싫어하고, 문 정부가 적폐 1호로 몰았던 '군인 김관진'은 언제쯤 결백을 입증하고 온전히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북한의 잇따른 도발 폭주로 국가 안보가 위태로울수록 그의 이름 석 자를 기억하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