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13경기째…지친 키움의 투지를 깨운 이승호·신준우

중앙일보

입력 2022.11.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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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선발 이승호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4차전에서 4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임무를 마친 뒤 활짝 웃고 있다. 뉴스1

 
"이승호와 신준우가 우리 선수들의 투지를 깨웠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지난 5일 2022 KBO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SSG 랜더스에 6-3으로 승리한 뒤 두 선수의 이름을 특별히 언급했다. 선발 투수로 나선 이승호와 9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한 내야수 신준우였다.  
 
이승호는 올 시즌 53경기와 앞선 가을야구 3경기에 모두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4차전 선발로 예정됐던 에이스 안우진의 손가락 부상 탓에 급히 '대타'로 투입됐고, 4이닝을 1피안타 1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초반 경기 흐름을 장악했다. 경기 전 "이승호가 투구 수 문제로 긴 이닝을 던지기는 어렵다. 3이닝 정도만 잘 막아주면 좋겠다"고 바랐던 홍 감독은 기대를 뛰어넘는 호투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홍 감독은 "이승호가 1회 선취점을 주긴 했지만, 정타는 아니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4회까지 버텨준 게 다른 선수들의 투지까지 끌어올린 계기인 것 같다"고 했다.  


이승호는 "4차전 선발 통보를 받고 전날(4일) 종일 너무 긴장돼 저녁도 못 먹었다. 오히려 하루 자고 일어나니 괜찮더라"며 "다음 이닝까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지금 내 눈앞의 한 타자만 잡고 내려간다는 마음으로 매 순간 집중했다. 야수들이 많이 도와준 덕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웃어 보였다.  
 

키움 신준우가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S 4차전에서 0-1로 뒤진 2회 말 1사 1·3루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 스퀴즈 번트로 동점 타점을 올린 뒤 미소짓고 있다. 뉴스1

 
신준우 역시 적재적소에 맹활약해 팀의 사기를 북돋웠다. KS 들어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그는 0-1로 뒤진 2회 말 1사 1·3루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습 스퀴즈 번트로 동점 타점을 올렸다. 이어 키움이 5-1 리드를 잡은 3회 말 1사 3루에서 쐐기 적시타를 쳐 더그아웃에 한 차례 더 환호의 폭풍을 일으켰다.  
 
홍 감독은 "9번 타순에 배치된 신준우의 재치 있는 플레이가 다른 선수들의 투지를 일깨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올해 치른 모든 경기 중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경기였다. 보이지 않는 투혼을 발휘하는 더그아웃의 모든 선수에게 감동했고, 그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키움은 준플레이오프 5경기와 플레이오프 4경기를 거쳐 어렵게 KS에 올랐다. KS 첫 3경기에서 1승 2패로 수세에 몰렸다가 홈 마지막 경기인 4차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시리즈의 균형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7일 다시 SSG의 안방인 인천으로 자리를 옮겨 올가을의 14번째 경기를 치르게 된다.  
 
전력 면이나 체력 면에서는 여전히 정규시즌 우승팀 SSG가 우세하다. 하지만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하는 키움 선수들의 투혼과 팀 워크는 새로운 기적을 기대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이승호는 "내가 오랜만의 선발 등판에서 잘 던질 수 있었던 건, 우리 팀 모든 선수가 마주칠 때마다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준 덕분인 것 같다"며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선수가 많지만, 팀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다 같이 한국시리즈 우승 하나만 바라보고 함께 걸어가고 있다"고 했다. 신준우도 "최고참 이용규 선배님이 잘 끌어주시고, 중고참인 송성문 형이 팀 분위기를 잘 살려줘서 우리 팀이 지금까지 잘 하는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2승 2패로 원점이 된 KS. 가을야구에서 벌써 8승을 챙긴 키움이 우승하려면 이제 딱 2승이 필요하다. 홍 감독은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지만, 홈 최종전 승리로 팬들에게 기쁨을 드린 것 같아서 기분 좋다"며 "선수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인천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은 에너지를 다 쏟아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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